[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역시 '캡틴'이었다. 박주영(아스널)의 발끝이 위기에 몰린 조광래호를 구했다. 귀중한 승리를 낚긴 했지만 조광래호가 브라질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후반 5분 터진 박주영의 선제골과 기성용의 코너킥에 이은 상대 자책골을 묶어 종료 직전 한 골을 만회한 UAE를 2-1로 힘겹게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하며 B조 1위를 지켜 다음달 있을 중동 원정 2연전(11월 11일 UAE, 11월 15일 레바논)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박주영은 이날 선제골로 A매치 3경기 연속골에 성공했고 조광래호는 최근 4경기 연속 무패행진(2승2무)을 이어갔다.
조광래 감독은 지동원(선덜랜드)를 최전방 공격수로, 박주영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서정진(전북)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했다. 이용래(수원)와 기성용(셀틱)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포백수비는 왼쪽부터 김영권(오미야), 이정수(알사드), 홍정호(제주), 최효진(상주)이 늘어섰다. 골문은 정성룡(수원)이 지켰다.
전반은 흡사 조광래호의 '나쁜 예'를 보여주는 듯했다. 미드필드진은 전방으로 좀처럼 공을 전달하지 못하는 데다 공격수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으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날카로운 패스는 실종됐고 선수들은 우왕좌왕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FIFA랭킹에서 한국(29위)에 크게 처지는 UAE(112위)였지만 한국은 상대를 제대로 요리하지 못했다.
전반 초반엔 기성용이 수비수를 제치고 잇따라 슈팅을 날리며 부지런히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13분엔 박주영이 아크 정면에서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을 날렸지만 수비수 맞고 튕겨나가 아쉬움을 자아냈다.
전반 22분엔 서정진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며 문전으로 쇄도하는 박주영에게 연결한다는 것이 그만 골문을 향해 골키퍼 정면으로 갔고 2분 뒤엔 지동원이 감아찬 슛이 오른쪽 골대를 빗나갔다.
45분 내내 답답한 경기를 펼치며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박주영의 천금같은 선제골로 비로소 활기를 되찾았다.
이번에도 지난 7일 폴란드전서 박주영의 골을 도왔던 서정진의 감각적이고 재치있는 어시스트가 돋보였다. 이날 선발 출전으로 A매치 공식 데뷔전을 치른 서정진은 후반 5분 기막힌 볼컨트롤로 상대 수비수 2명을 가볍게 따돌린 뒤 아크 정면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어 박주영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렀다. 박주영을 골키퍼와 1대1로 맞닥뜨리게 만들어준 환상적인 패스였다. 박주영은 여유있게 드리블한 뒤 골키퍼를 제치고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고대했던 선제골이 나오자 무거웠던 선수들의 발끝이 살아나며 위협적인 슈팅이 이어졌다. 후반 7분 김영권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오른쪽에서 올라온 지동원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지동원이 솟구쳐 올라 오른쪽 머리로 헤딩슛을 연결했지만 아쉽게 크로스바를 넘겼다.
한국은 후반 19분 상대 자책골로 행운의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기성용이 올린 왼쪽 코너킥이 함단 알 카말리의 몸을 맞고 굴절된 뒤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간 것. 2-0.
하지만 한국은 후반 45분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며 수비 집중력에 또한번 문제를 드러냈다. 허둥대며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사이 UAE는 빠른 패스 연결로 이스마일 마타르의 추격골을 만들어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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