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전국 주택 가격과 석유제품 판매 가격이 1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고민거리였던 인플레이션이 완화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중국부동산지수시스템(China Real Estate Index System)에 따르면 중국 전역 100개 도시의 주택 평균 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9월 주택 평균 가격은 1㎡당 8877위안(약 164만원)을 기록해 8월 8880위안 대비 0.03% 떨어졌다. 신규 주택의 경우 9월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6.15% 올라 8월 상승폭 6.9% 보다 낮아졌다.
전국 주택 가격이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지만 금리인상, 1주택 이상 소유 제한, 부동산세 도입 등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는 주택시장 가격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매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거래가 실종됐다.
주택 가격 하락세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부동산 시장을 계속 죄고 있는데다 올해 서민용 사회보장주택을 1000만호 건설하고, 2015년까지 총 3600만가구에 사회보장주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거래량 감소로 주택재고가 쌓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가격을 내려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석유가격이 1년만에 처음으로 인하된 것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은 정부의 지속적인 석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었지만 1년만에 유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서민들은 기름값 부담을 덜게 됐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9일부터 휘발유와 디젤유 공급 가격을 1t당 300위안(5만5000원)씩 낮추기로 했다.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와 중국석화(시노펙)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디젤유 소비자 가격은 1ℓ 당 가격이 각각 0.22위안, 0.66위안씩 내려간다.
NDRC는 지난 4월 기름값을 t당 400~500위안(약 5%) 인상해 올해들어 두 차례 유가 인상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유가 인하를 단행했다. NDRC는 성명에서 "이번 유가 인하는 중국 전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빠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WSJ은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항목 가운데 식품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가장 높아 식품류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주택, 석유제품 가격 인하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는 즉각적으로, 가시적으로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오는 14일 발표 예정인 9월 CPI 상승률이 8월 6.2% 보다 높아진 6.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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