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S 어쩌나..삼성, 佛·伊서 판매 금지 신청

프랑스·독일, 통신 특허 관련 법제 정비 우수해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질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아이폰4S 발표 하루만에 이 제품의 판매길을 막으면서 애플에 맞불을 놓는다. 앞서 삼성전자 최고운영자(COO) 이재용 사장이 "아이폰이 나오는 날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아이폰 신제품이 공개된 지 하루도 안돼 애플을 상대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애플에 당한 것을 그대로 되갚아 주겠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애플을 상대로 공격에 나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현지시간으로 5일 오전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서 애플의 아이폰4S를 대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애플이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사옥에서 신제품 아이폰4S를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 나온 조치다.

이 같은 조치는 애플이 독일, 네덜란드, 호주 법원 등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 갤럭시S2 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낸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 짙다. 현재 독일에서는 갤럭시탭 10.1 판매가 금지됐고, 네덜란드에서는 갤럭시S2 판매가 막힌 상태다.

삼성전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을 선택한 것은 아이폰4S 판매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디자인을 문제 삼았기 때문에 디자인 관련 법제가 잘 갖춰진 독일을 선택했다"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통신 기술과 관련된 법이 잘 마련돼 있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 일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두 국가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큰 국가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삼성전자의 휴대폰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현지 여론도 우호적일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통신 특허를 앞세워 애플 압박에 나선다. 휴대폰 등 핵심 사업이 보유한 특허 자산에 대한 무임승차를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전송할 데이터 형식을 안전하게 미리 알려주는 기술, 데이터 전송 에러가 발생할 경우 데이터를 복원하는 기술, 전송 데이터의 양이 적으면 묶어서 부호화 하는 기술을 문제 삼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소 내용은 WCDMA 통신 표준에 관한 특허로 프랑스에서 2건, 이탈리아에서 2건을 문제 삼았다"면서 "이 특허는 스마트폰 등 통신 기기에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 기술로 아이폰 신제품이 이를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에 판매가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통신 특허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5'를 선보이든 '아이폰4S'를 공개하든 애초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삼성전자측은 설명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디자인과 사용자 환경(UI)을 문제 삼기 때문에 삼성이 제품을 공개해야만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통신 특허라는 '근본적' 기술을 바탕으로 판매 금지 조치에 나서기 때문에 제품에 상관없이 애플이 출시하는 모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추가적으로 다른 국가에도 판매 금지 신청을 제기하며 애플에 비수를 꽂을 예정이다.

승소 가능성, 상징성, 명분과 실리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느 지역이든 추가적으로 법적 행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미국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4S도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 갤럭시S2처럼 판매길이 막힐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양사가 주거니 받거니 전략을 취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는 않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