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공정거래위원회 소속 A씨는 지난 2009년 12월10일, 근무시간이던 오후 2시58분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밤새 도박을 했다. 또 지난해 2월에도 경기도 하남시에 열린 상공인 간담회에 참가한 뒤 오후 4시께 카지노에 들어가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200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가경쟁력강화위 규제개혁추진단에서 파견 근무한 그는 이 기간 동안 모두 38회에 걸쳐 근무지를 이탈해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업무 유관단체인 대한상공회의에서 지급받은 법인카드로 8500만원을 현금할인하거나, 업무상 알게 된 기업인으로부터 1200만원을 빌려 게임비로 사용했다.
평일 근무시간에 카지노를 상습적으로 드나든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평일에 20회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공직자 465명에 대한 중점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전을 빌리거나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100명에 대해 징계를, 188명에 대해선 관계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비위 직원 288명 중 국가직은 51명이고 교육직은 81명, 지방직 69명, 공공기관 근무자 87명 등이다. 이들의 카지노 출입횟수는 4년간 평균 176회로, 무단이탈 회수는 같은 기간 평균 20회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속 B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주택건설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2009년 5월에서 지난해 7월 사이 14차례에 걸쳐 근무시간에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 그는 퇴근 이후인 오후 8시30분께 카지노에 들어가 다음날 오후 9시30분까지 출근도 하지 않고 24시간이 넘게 게임을 즐겼다. 그는 또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22회에 걸쳐 시공업체인 C건설 현장소장을 카지노에 데려갔고, 210만원 받아 게임비로 사용했다.
이 밖에도 한국가스공사 강원지역본부 소속 직원은 가스점검 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장점검 등의 이유로 외근한 뒤 카지노에 갔고, 경상북도 울진소방서 소속 직원은 화재 예방을 위한 출장명령을 받고도 카지노에서 게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5급이상 간부들도 상습적으로 카지노를 찾았다. 국사편찬위 소속 직원은 교과서 검정업무를 하면서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1차례나 출장 중 카지노를 찾았다. 이 직원은 G재단 위원을 겸직하면서 원고료 명목으로 87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충주대의 한 교수는 2009년에서 지난해 사이 근무시간 중 102회에 걸쳐 카지노에 갔고, 담당 강의를 조교에게 맡기거나 휴강하기도 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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