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글로벌 증시가 힘겹게 한 주,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지난주에는 독일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을 승인했고 덕분에 유럽 부채 위기가 다소나마 진정될 여지가 마련됐다는 기대감 속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부채 위기 해결을 위한 길은 아직 멀어 보이며 당장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로 전염되면 현 상황에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번주 가장 중요한 지표인 8월 미국 고용지표에서도 침체를 면할 것이라는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는 늘겠지만 증시에 호재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글로벌 증시에 또 다른 연명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주에도 글로벌 증시의 불안한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다우 지수는 1.32% 상승하며 직전 주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S&P500은 0.44%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2.73%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9월 6% 급락하며 5개월 연속 하락했고 특히 3분기 동안에는 12% 폭락했다.
◆유럽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혼조였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독일이 EFSF 확대안을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예상대로 독일은 EFSF 확대안을 지난달 29일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작 통과된 바로 다음날 거래에서 뉴욕과 유럽 증시는 2% 안팎의 급락을 기록하며 여전히 취약한 투자심리를 확인시켜줬다.
독일이 EFSF 확대안을 통과시켰지만 EFSF에 레버리지(신용 차입)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독일은 지난 7월21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던 대로 EFSF 재정 규모를 4400억유로로 확대하는 것에만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4400억유로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기에는 충분한 자금이지만 최대 2조유로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구제금융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의 반대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위기가 전염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YCMNET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요시카미 CEO는 "지난주 독일의 EFSF 확대안 승인은 기대치에 부합한 것이지만 더 큰 긍정적인 소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로존은 어떻게든 디폴트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4일 열릴 유로그룹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EFSF 레버리지 방안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독일이 EFSF 확대안을 승인했지만 EFSF 확대안은 유로존 17개국 모두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그 효력이 발휘된다. 현재 14개국이 확대안을 승인했고 네덜란드와 슬로바키아, 몰타 3개국이 아직 EFSF 확대안을 승인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중 네덜란드와 슬로바키아에서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트로이카(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ECB)는 그리스 차기 구제금융 자금 집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실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실사와 관련한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알려졌으며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 자금은 집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CB와 영국중앙은행(BOE)이 6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최근 시장관계자들의 기대대로 ECB가 커버드 본드 매입과 1년짜리 대출 프로그램을 재개 등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은데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주 발표된 유로존 8월 소비자물가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인 3%를 기록했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OE가 양적완화 재개를 발표할 지도 주목거리다.
터틀 웰스 매니지먼트의 매튜 터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유럽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번주 주가가 하락해 지난주 기록했던 8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가 여전히 높고 나스닥 지수가 다른 지수에 비해 많이 하락한 것이 주가 하락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美 일자리 증가 충분치 않을듯= 미 노동부는 오는 7일, 지난달 고용보고서를 공개한다. 최대 관심사인 비농업 부문 일자리 변동과 관련해 블룸버그는 5만개, 브링핑닷컴과 마켓워치는 6만3000개 증가를 예상했다. 7월에는 일자리 증가 규모가 '제로(0)'였다. 7월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지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7만개 증가를 예상하며 실업률을 떨어뜨릴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BAML은 8월 실업률은 9.1%를 유지할 것이라며 고용시장 모멘텀은 분명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고용지표 외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경제지표는 3일 공개될 9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다. 8월 지수는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인 50.6을 기록한 바 있다.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전보다 제조업 경기가 둔화됐으며 침체 직전에 몰려있음을 보여줬다. 이 지수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9월 지수가 50.3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마켓워치는 50.9로 상승을 점쳤다. 어느 쪽이든 미국 경제가 침체 직전에 몰려있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원 예산안 표결·버냉키 증언도 주목= 지난주 휴회했던 미국 하원은 4일 지난주 상원이 통과시킨 임시 예산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미 정부 예산은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소진됐으며 미 연방정부는 의회가 승인한 긴급 자금 덕분에 4일까지는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둔 상황이다. 하원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정부는 11월18일 연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받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당장 폐쇄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같은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경기 전망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텍사스를 방문, 지난달 자신이 제안했던 경기부양책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4일은 애플이 아이폰5를 공개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주 애플 주가는 5.68% 급락해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다.
10월에 접어들면서 3분기 어닝시즌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공식적으로 어닝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알코아는 11일 3분기 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주에는 염 브랜즈(4일)와 몬산토(5일)가 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팩트셋 리서치의 존 버터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13%,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경제 위기로 이익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3일 단칸지수를 공개할 예정이며 7일에는 금융통화정책회의도 예정돼 있다. 호주도 4일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국경절 연휴로 이번주 휴장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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