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Korean Money(한화로 결제 할게요)."
중국 국경절(10월1일~10월7일) 연휴 첫 날인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루이뷔통 매장. 한 중국인 남성이 지갑을 열어 100만원 짜리 수표 3장을 꺼냈다. 이 중국인 관광객은 마음에 드는 명품가방을 발견한 부인을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카드 대신 수표로 결제를 했다.
그 바로 옆에서는 한 젊은 중국여성이 면세점에 있는 중국어 통역직원의 도움을 받아 쇼핑에 한창이었다.
"손잡이는 이 모양이 마음에 드는데 크기는 저게 더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중국어 통역 직원과 중국 여성, 루이뷔통 매장 직원 사이에 수 십 차례 설명이 오고 간 후 이 꼼꼼한 중국인 아가씨는 마음에 쏙 드는 200만원대 루이뷔통 가방을 구매했다.
이날 면세점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화장품·향수 매장 뿐 아니라 루이뷔통, 프라다, 구찌 등 명품매장과 로렉스, 까르띠에 등 시계매장에도 국경절 연휴를 맞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중국인들은 루이뷔통, 샤넬, 구찌 매장으로 이동하며 망설임 없는 '과감한 쇼핑'을 즐겼다. 이날은 루이뷔통 뿐 아니라 프라다, 구찌 등 매장앞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쳤다.
프라다의 한 관계자는 "평소보다 10~20분 정도 더 기다리셔야 매장 입장이 가능하다"면서 입장을 못해 조바심을 내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날 에르메스 매장에서는 붉은색과 오렌지색 스카프가 불티나게 팔렸다.
에르메스 매장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붉은색 계열을 너무 좋아해서 빨간색, 오렌지색 스카프가 많이 팔렸다"면서 "남성분들은 같은 색으로 넥타이를 많이 구매 하신다"고 말했다.
토종 제품인 설화수, 정관장 등 매장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중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정관장은 평소보다 물량을 2배가량 늘려 확보하고 패션매장 옆에 매대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 '국경절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었다.
정관장 매장 한 관계자는 "오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홍삼차, 뿌리홍삼 등이 너무 잘 나간다"면서 "본인이 드시는 것도 있지만 선물로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한방 화장품 설화수 매장에서는 젊은 중국인 남성들이 쭈뼛거리며 어머니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남성은 "엄마 드리려고 샀다"면서 "어머니가 설화수를 무척 좋아하신다. 꼭 사오라고 하셨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고의 특수인 만큼 이날 면세점에서는 중국어 통역 직원들이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안내에 나서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이들은 비행기 탑승 전 면세품을 받는 절차 등을 중국어로 하나하나 설명하며 손님맞이에 완벽을 기했다.
이날 면세점에는 예전과는 달리 깃발을 든 단체 관광객보다 가족단위의 관광객, 젊은 층 여행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유모차를 밀며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 가족이나 성형수술 후 마스크를 쓰고 쇼핑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 관광객 쑤리핑(24·여)씨는 "친구가 한국에서 유학 중이라 놀러온 김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피부과 시술도 받았다"면서 "중국으로 가기 전에 시계를 사려고 나왔다"며 말했다.
그는 "한국이 참 깨끗하고 좋다. 그런데 차가 너무 많이 막힌다"면서 "그래도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액세서리와 옷을 많이 사갈 것"이라며 들뜬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산한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 방한객은 약 7만 명. 연휴 첫 날인 이날도 롯데백화점 1층에서부터 9층 면세점까지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면세점 1·2위인 롯데와 신라면세점 등은 중국 국경절 연휴가 있는 10월에 최고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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