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21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최근 <공주의 남자>는 지루한 돌림노래 같았다. 김승유(박시후)는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끊임없이 수양(김영철)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세령(문채원)은 김승유에 대한 연정과 죄책감, 비정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끊임없이 수양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늘 거사는 실패하고 세령은 승법사로, 빙옥관으로 나왔다가 다시 집으로, 궐로 잡혀갔다. 물론 <공주의 남자>는 아버지와 역사라는 거대한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승유와 세령의 애절한 로맨스를 그리고 여기서 비롯되는 긴장감으로 지탱되는 드라마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늘 허술하게 도모되다 허무하게 실패하는 거사와 아버지와 승유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뿐인 세령을 보고 있으면 목줄에 메인 개가 딱 줄 길이만큼만 달려갔다 되잡혀오는 것을 보는 것같이 지쳤다.
그래서 21회를 기대했다. 머리를 자르고 연을 끊겠다 선언하는 등 늘 세령에게서 시작된 단절의 결의가 드디어 수양으로부터 발화된 폐서인으로 세령은 신면(송종호)의 노비가 되어 정말 모든 것을 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령은 여전히 신면의 맹목적인 애정으로 보호받다 승유에게 구출되고, 또 인질이 되어 민폐를 끼칠 상황에 놓였다. 쉽사리 이뤄지지 않거나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연정에 가슴 아파하는 것이 <공주의 남자>를 보는 재미라 해도, 이것이 24부작을 채우기 위한 기계적 도돌이표로 쓰이며 이야기 전개의 발목을 잡는다면 로맨스와 정치의 유기적 결합이라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을 잃게 된다. 애절한 키스 신의 반복이 승유와 세령을 응원할 명분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었고, 너무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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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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