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19회 KBS2 밤 9시 55분
승유(박시후)와 세령(문채원) 모두 비로소 아버지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김종서(이순재)의 별호인 ‘대호’ 뒤에 숨어 움직였던 승유가 신면(송종호) 앞에서 정체를 드러내고, 세령이 수양대군(김영철) 앞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승유는 수양대군의 살인을 도모한 대가로 참형에 처해진 사육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버지와 형을 위한 사적 복수에서 벗어나 “수양대군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역사적 당위까지 획득한다. 반면 수양대군은 사육신과 세령에게 각각 왕과 아버지라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박탈당함으로써 역사를 뒤흔들 동력을 다소 잃었다. 키는 자식들의 대로 넘어왔고,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대립했던 과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역사는 이제야 발을 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공주의 남자>는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당신은 부끄러운 역사 앞에서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이 될 것인가. 혹은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세령은 피로 쓰인 역사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부정한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사육신이 그러했듯, 세령 또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혹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승유와 세령이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썩어 없어질 육신이 아니라 푸르른 역사 속에 살아남”을 다음 세대의 희망이다. 유난히 안타깝게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은 이 시대, <공주의 남자>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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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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