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은행권과 부동산업계에 유동성 확보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유럽 부채 위기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였지만 상황을 감안할 여유도 없이 중국 은행들은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 신탁회사로부터의 자금 대출도 힘들어 지면서 1년 안에 유동성 부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와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8일 보도에 따르면 자산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앞으로 9개월 동안 채권시장에서 11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공상은행은 지난 2년동안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1700억위안(약 200억달러)을 조달해놨지만, 최근 은행권 부실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하이푸동개발은행도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15년 만기로 후순위채를 발행해 184억위안을 조달할 계획이고, 지난달 중국건설은행은 향후 2년 안에 800억위안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중국 은행권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1000억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지난달 우샤오링 인민은행 전 부총재는 중국 은행들이 내년부터 강화된 바젤 III(은행자본 건전화방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5년 동안 5000억위안을 조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권의 부실대출 우려가 커진 것은 중국 정부가 4조위안 경기부양책을 폈던 2009~2010년 중국 은행권이 18조위안의 신용대출을 풀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금이 정부 주도의 인프라 개발 사업이나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앤드류 콜크호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신용등급 대표는 "단기간으로 볼 때 중국 국가신용등급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은행 분야"라면서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그 심각성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중국 신용등급을 상위 네 번째 단계인 'AA-'로 제시하고 있지만 지난 4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환한데 이어 이달 8일에도 "신용등급이 앞으로 12~24개월 안에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 은행권에서 주목할 만한 자산건전성 악화현상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1%에 해당하는 은행 빚 10조7000억위안을 짊어지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들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져 은행권 부실대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회계국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10조7000억위안 부채 가운데 25%를 연말까지를 상환해야 하고, 17%는 내년, 11%는 2013년까지 모두 갚아야 한다.
신평사 무디스는 현재 중국 전체 은행시스템의 1% 수준인 부실대출비율이 조만간 8~12% 수준으로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부동산업계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지면서 신탁회사를 대출창구로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은행 당국이 신탁회사에 대한 부동산업계 대출 현황을 감시·감독 하기 시작하면서 대출 받기가 어려워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7일 중국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향후 6~12개월간 유동성 부족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에 대한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제시했다.
S&P는 "중국 부동산업계의 2012년 부동산 판매량은 10% 줄 것"이라면서 "중국 안팎의 부동산 경기 부진과 대출 조건 강화로 인해 중국 부동산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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