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차이나모바일은 세계 최대 무선 이동통신 사업자로 알려져 있다. 가입자가 미국과 브라질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으며, 올 들어서는 매달 500만 명이상 신규 가입자를 늘려왔다. 차이나모바일은 무엇보다 현금이 많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애플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 자산을 불리든지 주주들에 대한 배당수익률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왕젠저우(王建宙) 차이나 모바일 회장(62)은 최근 중국 다롄에서 한 인터뷰에서 “해외투자를 포함해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보유 현금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 전했다.
중국 항저우에서 태어난 왕 회장은 중국 저장대학에서 공학석사와 홍콩이공대학에서 공상관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중국 정부의 산업재편에 따라 차이나 유니콤에서 차이나 모바일로 옮긴 그는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의 역할을 분담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회사측 방침에 따라 지난 8월 CEO직에서 물러났다.
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5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진 세계 최대 휴대폰 사업자이면서도 자산인수나 배당을 늘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의 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차이나 모바일은 아직까지 해외 인수를 하지 않고 있다.
차이나 모바일의 인수합병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3월 중국내에서 휴대폰 기기 판매를 주로 하는 ‘Topssion(中移鼎訊, 중이딩쉰)’을 4000만 달러도 안 되는 값에 사들이기로 합의한 게 거의 전부다. 2009년에는 상하이 푸동개발은행 주식을 398억 위안(당시 미화 약 58억5000만 달러)에 사기로 합의한 게 거의 전부다.
이 때문에 홍콩 등지의 금융 전문가들은 차이나모바일이 값이 싸 질대로 싸진 스페인의 통신업체 텔레포니카와 같은 유럽 이동통신업체를 인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텔레포니카 주가는 올들어 18%나 하락했고, 이달초에는 주당 수익의 8배수 이하로 거래됐으며 현재 사상 최저가에 근접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게다가 텔레포니카는 홍콩의 차이나 유니콤과 주식제휴 관계를 맺고 있어 텔레포니카 를 인수한다면 홍콩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왕 회장만이 현금을 축적하고 있는 경영자는 아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 500지수 편입 기업들도 계속 현금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현금과 현금상당액, 단기 유가증권 등을 10분기 연속 증가시켜 총 2조8000억 달러나 쌓아두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12월 에 비하면 무려 66% 증가한 금액이다.
차이나 모바일도 6월 말 현재 511억 달러의 현금과 현금 상당액, 단기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현금과 현금상당액, 단기 유가증권으로 284억 달러를 보유하면서도 회사채와 미국 국채와 같은 장기 유가증권도 478억 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올해 차이나 모바일 주가는 2.1% 하락했는데 2007년 고점에 비하면 거의 반쪽이 났다. 그런데도 이 기간 중 현금은 네 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차이나 모바일은 투자수익을 높여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해야 한다는 따가운 지적도 없지 않았다.
차이나 모바일의 배당수익률은 4.2%로 중국내 통신사업자중 가장 높지만, 보다폰의 절반 수준이고 텔레포니카의 3분의 1을 넘을 뿐이다.
왕회장도 추가인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거듭해서 신흥시장 특히 아시아시장의 매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혀왔다. 특히 그는 지난 5월 홍콩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당시 “차이나 모바일의 모기업의 파키스탄 사업부를 사들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이나 모바일의 모기업은 지난 2007년 1월 파키스탄의 5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팍텔을 사는데 2억84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는 모기업의 첫 해외 인수사례였다.
왕 회장은 보유 현금 사용대상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차이나 모바일은 보유 현금을 2세대와 3세대 TD-LTE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쓸 것”이라면서 “우선 우리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내놓고 그다음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이며 이는 여전히 차이나 모바일의 성장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왕 회장이 차이나 모바일이 아이폰 사업자인 차이나 유니콤과 차이나 텔레콤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선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 얼마나 많은 현금을 풀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