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국내 최대 주식형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계열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합병을 검토중이다. 미래에셋의 분산된 자산운용 역량을 한 데 결집하고 몸집을 키워 헤지펀드 시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3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합병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합병시기는 의견 수렴 및 금융당국의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회장이 1997년 창업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4년 계열사로 대체투자전문회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설립하고 세종투신과 SK투신을 인수해 부동산 등 대체자산 운용에 들어갔다.
맏형격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형 펀드에 집중하고, 아우격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부동산 인덱스펀드 등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 운용사로 역할을 구분해온 것.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식형펀드의 잇단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이탈이 계속되면서 2위인 삼성자산운용의 맹추격을 받는 위기 상황이 됐다. 또 그룹 내 '제2 운용사'인 미래에셋맵스가 세계 최대 골프용품 회사인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양사의 합병이 조심스레 거론돼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영국, 홍콩, 인도, 브라질 등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두 운용사가 이원화된 경영을 펼치는 것보다 한 몸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내부 의견도 한 몫 했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운용순자산은 55조1582억원 규모로 뛰어오르게 된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임자산을 포함한 운용순자산은 45조6661억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9조4921억원이다.
내달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수탁액이 5000억원 가량 모자란 점도 합병에 불을 지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가 각각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을 준비해왔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 기준을 '펀드 수탁액 10조원'으로 변경하면서 미래에셋맵스는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최근 미래에셋맵스가 복합쇼핑몰 디큐브시티를 인수하며 수탁액 3000억원을 늘렸으나 내달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 선정까지 부족분 5000억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 양사 합병을 본격 검토하게 됐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고위관계자는 "두 회사 합병을 통해 해외사업에서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며 "미래에셋맵스의 인덱스 등 절대수익추구형 상품 경쟁력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명도가 더해지면 헤지펀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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