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서울시장 후보 토론, '한미 FTA' 놓고 생채기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의 훌륭한 후보"라며 추켜세웠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경선 중반을 넘어서면서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 정책과 비전에 대한 설전이 아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로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당론은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한 한미 FTA 비준안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것. 이른바 한미 FTA 재재협상에 대해서는 천정배, 박영선, 추미애, 신계륜 후보 모두 이견이 없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에 체결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천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한미 FTA에는 독소조항이 있다"면서 17대 국회 당시 비준안에 찬성했던 박 후보를 공격했다.
천 후보는 21일 TV토론회에서 "한미 FTA의 독소조항은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정부가 아닌 참여정부 때 매국노 같은 사람들이 집어넣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박 후보는 독소조항을 애써 눈감고 당시 자신이 찬성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박 후보는 곧바로 "어제 (노무현 대통령 시절 협상을 주도해온)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통화를 했는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 후보가 한미 FTA에 그렇게 반대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당시 한미 FTA에는 독소조항이 있더라도 양국의 이익균형이 맞춰져 있다는 논리다.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 간 거친 공방이 계속되자 추 후보는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추 후보는 "독소조항을 받아들이면 관세 인하 몇 %를 누리는 게 이익의 균형이냐"고 박 후보에게 따졌고, 천 후보에게는 "한미 FTA 체결 당시 법무장관을 지냈는데 그때는 왜 말리지 못했나. 이제 와서 재재협상을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신 후보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정부 각료로서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시선"이라고 천 후보를 비판했다.
이렇다보니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미 FTA 비준 문제는 의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에 대한 미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할 후보들이 본류가 아닌 지엽적인 문제에 연일 공방전을 펼치는 것은 가뜩이나 등을 돌린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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