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스> 수 KBS2 밤 11시 15분
“괜찮겠어요? 안 괜찮으면 그냥 가도 되고. 특이한 스타일의 토크쇼니까 그렇게 알고, 그냥 마음을 비워.” 면접을 보듯 정자세로 선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테이블 앞에 앉은 김용만은 안 괜찮으면 그냥 가라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는 기획의도로 기획된 <빅 브라더스>는, 그 의도가 무색하게 권력의 위계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면접 형식을 차용한 코너로 시작한다. ‘자연인으로서의 게스트를 잘 알기 위해’ 마련했다는 코너지만, 결과적으로 소녀시대는 잔뜩 주눅 든 채 코너에 임한다. 코너가 끝난 뒤 송승환은 “아까는 미안했다”고 사과하지만, 소녀시대가 제대로 말문을 열기까지는 그 후로도 10분 넘게 MC들이 서로와의 인연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걸 견뎌야 한다. 게스트는 소녀시대지만, 쇼가 가장 우대하는 것은 MC군단 ‘빅 브라더스’다.
물론 황석영, 조영남, 송승환, 김용만이라는 MC가 섭외하기 쉬운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빅 브라더스>는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강조하고 그들의 수다를 담아내느라 게스트인 소녀시대를 박수부대로 소비한다. 게스트들이 조금 길게 말한다 싶으면 어느 새 조영남이 평양 가서 힐리스를 탔던 이야기, 황석영의 개울물 소리 개인기가 말허리를 베어 먹고 들어온다. 결국 소녀시대에게 물어볼 수 있었던 건 다른 쇼에서 여러 차례 물었던 이성교제나 멤버들 간의 갈등, 연습생 시절의 애환, 앞으로의 꿈 정도에 그쳤고, 그나마 매번 요청한 바 없는 MC들의 훈수를 듣는 것으로 끝났다.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어떤 소통도 일단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어야 가능하고, <빅 브라더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실패한다. 쇼의 말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송승환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원래 훈화 시간이 즐겁다는 사람은 교장선생님 혼자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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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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