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저 멀리 대서양 양안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챙기느라 안 그래도 바쁜 주식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생겼다. 바로 환율이다. 8월 급락장에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며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
20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17.03포인트(0.94%) 오른 1837.97로 거래를 마쳤다. 전약후강의 모습을 보이며 상승 마감에 성공했지만 장중 변동성은 매우 컸다. 장 초반에는 전일 대비 1.5% 가까이 하락하며 18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기관 투자자가 장 막판 2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외국인과 개인은 팔았다. 주요 투자 주체가 소극적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프로그램(2540억원)으로는 꾸준히 매수세가 들어왔다.
앞서 채권, 원화, 주가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이는 다소 진정기미를 보였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세 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오후 들어 축소됐다. 장중 1160원선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은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서며 전날 보다 11.4원(1%) 오른 1148.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면서 관련주의 희비는 엇갈렸다. 수출주가 대거 포함된 전기전자, 운송장비 업종이 각각 1.65%, 1.31% 오르며 시장 평균을 상회했고 철강금속(-0.55%), 음식료품(-0.06%) 업종은 부진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이 상승하면 부담 이 커지기 때문이다. 항공주 역시 1% 이상 하락했다.
21일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진화 노력이나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외환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 변동성의 확대를 주의해서 살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5거래일의 원·달러 환율 일중 변동성이 1.73%로 지난해 4월 그리스 구제금융 당시(0.48%)와 11월 아일랜드 구제금융 당시(0.80%)를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당시에는 하루 2.05%에 달하는 높은 변동성을 보인 바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이어질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하 지만 한국의 양호한 외환 건전성을 고려하면 환율의 상승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이번 FOMC회의(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유동성 확충 정책을 발표할 경우 달러화 강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는 요소다.
한범호·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추가적 자금 이탈로 연결될 개연성이 남아있다"며 "원화 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온 외국인 투자자의 프로그램 비차익매매와 환율의 상승세 고착화 여부를 병행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환율 상승에도 타격이 제한적인 종목군들을 압축적인 트레이딩 대상으로 추천했다. 투자시계를 짧게 잡으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간밤 미국 증시는 FOMC에 대한 기대와 그리스 불안감이 교차하며 혼조세로 마감됐다. 다우지수가 전날 보다 7.65포인트(0.07%) 오른 1만1408.66으로 거래를 마쳤고 S&P500은 2포인트(0.17%) 내린 1202.09, 나스닥은 22.59포인트(0.86%) 떨어진 2590.24를 기록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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