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연기금 쇼핑리스트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15일 코스피가 사흘 만에 반등하며 1770선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9월이 절반 가까이 지나는 동안 오른 날보다 내린 날이 많았다.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이번달 들어 6%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이 와중에도 연기금은 이날 1210억원 순매수를 비롯, 7거래일 연속 7388억원어치를 담으며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7000억원 가까이 '사자'세를 나타낸 연기금은 지난달 폭락장에서도 12, 16일 단 이틀을 제외하고 '사자'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2조5631억원에 달했다.
연기금의 이같은 꾸준한 매수세는 증시 급락기에 하락을 방어하는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이로 인해 '증시 구원투수'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으나 연기금 입장에서는 꾸준히 사들일 만한 시장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는 평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최근 연기금의 매수 움직임은 주가를 견인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대외변수로 주가가 급락해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가 이어진 상황 속에서 장기 투자 주체에게 접근성 있는 가격대가 형성돼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처럼 증시 변동성이 크지만 밸류에이션은 저평가돼 있는 상황은 평가기간이 짧고 모멘텀 플레이를 하는 타 기관에 비해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가 가능한 주체가 담기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것.
외국인의 경우 대외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며 이번달 1조744억원어치를 순매도 했고 여타 기관도 흐름에 따라 '사자'와 '팔자'를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기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연기금의 경우 '싼 가격'이라는 매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달 들어 연기금이 많이 담은 종목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저평가된 우량주'다. 지난달부터 가격조정을 강하게 받은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들을 비롯해 전기전자(IT), 철강금속 업종 대형주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번달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총 1402억원어치를 담았다. 하이닉스, LG전자 등 여타 IT주들도 각각 658억원, 25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포스코(862억원), 현대제철(176억원) 등 철강업종 대표주들도 눈에 띄었다.
자동차 관련주로는 기아차(368억원), 현대위아(278억원), 현대모비스(204억원) 등을 많이 샀고 S-Oil(289억원), 호남석유(235억원), LG화학(210억원) 등 정유·화학주들도 눈에 띄었다.
이밖에 NHN(687억원), KT(400억원), LG생활건강(303억원), 락앤락(200억원), 하나금융지주(182억원), 현대백화점(171억원), SK텔레콤(156억원) 등이 쇼핑 리스트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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