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먹은 폭격기, 50살 먹은 항모, 30살 탱크 등 교체 시급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군 군장비 노후화가 매우 심각하다. 1952년 취역한 폭격기와 1961년 취역한 항공모함, 1980년대 등장한 탱크와 장갑차가 절비하다.특히 탱크와 장갑차 등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 10년 동안 전쟁을 벌이면서 하두 많이 쓴 탓에 수리와 교체가 시급한 게 수두룩 하다. 그러나 연방정부 예산 삭감의 일환으로 국방비를 삭감해야하는 미 국방부는 차세대 무기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느라 노후 장비 교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십살 먹은 노후 장비가 수두룩한 미군=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미군의 노후 장비는 값비싼 교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공군의 경우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 공군은 보유 항공기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F-15C/D모델의 평균 기령은 25년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략폭격기 기령 34년이나 공중급유기 평균 47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한 공군 비행사는 30년전 운행에 들어간 C-130 수송기의 네비게이션 시스템도 비행기만큼 ‘낡았다’고 지적한다.
육군의 주력전차인 에이브럼스탱크는 1980년에, 보병전투차량(IFV)인 브래들리 장갑차는 1981년에 각각 운용하기 시작했다.
옛 소련의 전투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유도 미사일 탑재 이지스함은 1983년부터 취역하기 시작했다. WSJ는 “낡은 이지스함의 함교는 1980년대 비디오 가게를 연상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미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호는 1961년 취역해 미 해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핵추진 항공모함이다.이 항공모함에서 지난 50년 동안 25만 명이 근무했다. 엔터프라이즈는 2013년 퇴역한다.
◆장비 수리복구에 수백억 달러 필요=전투에서 부서지거나 훼손된 노후 장비는 수리와 교체가 필요하며 노후 차량과 함정들은 최신 전자장비 설치를 위해 전면 개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월남전에서 활동했던 휴이 헬리콥터와 같은 특히 낡은 모델은 모두 단계적으로 도퇴할 필요가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리온 파네타 국방부 장관은 지난 달 3일 미군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1980년대 만든 장비의 플랫폼이 자체 수명에 도달하고 있으며 특히 10년간의 전투로 스트레스를 받은 무기와 장비들은 반드시 다시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하원 군사소위원회 의장인 랜디 포브스 의원(공화당 버지니아주) 주최로 열린 청문회에서 조너선 그리너트(Jonathan Greenert)제독은 일부 함정은 최근 몇 년 동안 지나치게 심하게 사용한 탓에 예상보다 조기에 퇴역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군 역시 비슷한 증언을 했다. 좀 심하게는 엔진없이 기체만 비행장에 있던 1970년대의 ‘속빈강정 같은’ 공군을 언급했다.
험비트럭과 탱크, 헬리콥터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귀환하면 수리복구에 2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피터 시엘렐리(Peter Chiarelli) 미육군 합참차장은 예상하고 있다.
해병대도 장비 복구와 현대화에 120억 달러에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9.11이후 미군은 소화기를 쏘고 길가에 설치한 급조폭발물(IED)로부터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용 장비 즉 통신 장비와 무인 정찰기, 방탄차량과 개인방호 장구류 등에 특히 많은 지출을 했다.
이 때문에 미군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다수의 함정과 탱크, 전투기 현대를 선택할 수 없었다.
◆예산 삭감압박 받고 있어 재원조달 어려워=많은 미군 장비가 노후화하고 있다는 데는 아무도 이론을 자지 않는다. 문제는 예산 삭감이 이뤄질 경우 미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는 국가부채 상한한도를 높이는 타협을 하면서 향후 10년간 약 1조 달러의 지출을 줄이기로 했는데 국방비에서 3500억 달러를 삭감하도록 했다.
의회가 추가절감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1조2000억 달러의 연방 지출을 자동 삭감하고 그가운데 절반을 국방부문에서 깎아야 한다.
포드 정부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도널드 럼스펠드는 국방에산 삭감은 향후 전쟁에 대한 미군의 준비능력을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의 무기 조달비용은 레이건 정부 시절 연간 1700억 달러로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옛 소련 붕괴이후 미군의 무기획득 지출은 감소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에는 연간 550억 달러로 바닥을 쳤다. 그러다가 2001년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1740억 달러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돈의 상당액은 냉전시대 무기 대체에 쓰이지 않고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투입됐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전사 이유 1위를 차지한 도로가 매설 폭탄에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강화매복탐지차량(MRAP)을 구매했다. 미 국방부는 2007년 이후 이 차량 구입에 447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러나 이 차량은 너무 덩치가 크고 무거워 헬리콥터나 수송기로 옮길 수가 없어 전장으로 신속하게 보낼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같은 실패한 현대화 프로그램이 노후 장비 교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미 국방부는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 투입되지도 않을 차세대 무기 개발에 46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했다.
차세대 자주포 크루세이더는 육군이 22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시제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텔스 정찰기 코만치 개발에도 79억 달러가 들어갔으며,디지털 네트워크로 전장과 장갑차를 연결하는 미래전투시스템도 180억 달러가 들어갔으나 역시 실용화되지 못했다.
바니 프랭크 의원과 론 폴 의원이 후원하는 비 정부 기구인 ‘지속가능한 국방 태스크포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3조달러의 국방비 지출은 국가안보를 양보하지 않고도 가능하다”면서 “국방비를 삭감하기 위해서는 해군 함정과 해외기지를 감축하고 값비싼 무기개발계획을 철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신 기존 무기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낡은 장비를 새로 쓰기 위해 개조하는 데 능숙하다. 1952년 처음 취역한 B-52 폭격기는 정밀폭탄을 투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된 사례여서 이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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