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 조달 어려워진 유럽 은행들 ECB대출 늘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 부채 위기로 유럽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은행들은 손실에 대한 불안감으로 서로간 대출을 꺼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어진 유럽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의 2개 은행이 ECB로부터 달러 스왑을 통해 5억75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개 은행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FT는 자금 조달 규모가 작긴 하지만 ECB가 최근 4주동안 두 차례 달러 스왑을 통해 자금을 공급했다며 유럽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개 은행은 1주일간 달러 대출을 받는데 시중 금리 0.3~0.5%보다 두배 이상 높은 1.1%의 금리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자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달러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
BNP파리바, 크레디트 아그리꼴, 소시에떼 제네랄 등 프랑스 3대 은행은 최근 미국 머니마켓펀드(MMF)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지 못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들 은행들도 MMF로부터 조달받지 못한 자금을 달러 스왑을 통해 벌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유럽의 신용 경색이 심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스페인 은행들이 8월에 ECB로부터 699억2000만유로를 대출받았다고 설명했다. 7월에 520억5000만유로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스페인 은행들이 ECB 예금 창구(deposit facility)에 예치한 자금은 8월에 113억유로로 7월 57억2000만유로에서 두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스페인 은행들이 ECB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여유 자금이 있으면 은행에 대출해 주기보다는 ECB에 예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손실에 대한 불안감 탓에 은행간 거래를 꺼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금융위기가 절정이었던 때에 비해 유럽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스페인 은행은 지난해 7월에만 해도 ECB로부터 1302억유로를 대출받은 바 있다.
단기자금 조달 비용도 2008년 금융위기의 절정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유리보와 금융기관간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자금 거래에 대한 금리인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왑(OIS) 간 스프레드(금리차)는 78bp를 기록해 2009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100bp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찰스 히멜버그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단기 자금 스프레드에서는 은행 시스템에 대한 압박 정도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을 이용할 수도 있고 은행 유동성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아직 단기 자금 시장에 여유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압박의 정도는 분명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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