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지난 10일 새벽 후보단일화 뒷돈거래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재판이 벌써부터 치열한 증언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대가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쟁점이라서 검찰과 변호인 양 측 모두 많게는 수 십 명의 증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직무대리 이진한 대검 공안기획관)는 최근 수사를 통해 곽 교육감과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가 후보사퇴에 따른 선거비용 보전금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장직을 놓고 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관련 증거도 충분히 모아뒀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곽 교육감이 직접 마련한 1억원의 출처 등 정치자금법 위반을 비롯한 여죄를 캐며 추석 연휴 기간을 거쳐 그간의 수사자료를 정리하는 등 재판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곽 교육감측은 법정에서 검찰의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채택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검찰은 사건 수사과정에서 '대가성'을 입증할 진술을 남긴 인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하게 된다. 곽 교육감 또한 이미 건네진 2억원의 '선의성'을 입증하는데 힘을 실어줄 증인들을 대거 신청할 확률이 높다.
당장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김상근 목사, 최갑수 교수 등 재야 중진, 단일화과정에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박 교수측 선거대책본부장 양재원씨와 측근 박정진씨, 곽 교육감측 협상대리인 김성오씨와 회계담당자 이보훈씨, 자금마련 및 전달과정에 개입한 곽 교육감의 부인 정씨와 그의 언니,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등 주요 관련자만 이미 십여명을 넘어간다.
이 밖에도 그간 공론화되지 않았던 인사들에 대한 증인신청이 뒤따를 수 있다. 변호인측이 선의로 2억원을 건넬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평소 곽 교육감의 성품을 입증하기 위한 곽 교육감의 교수 재임시절 동료를 비롯한 측근, 박 교수가 금전적 지원이 절박했음을 증명해줄 박 교수 측근 및 박 교수가 선거당시 자금 마련을 위해 이용한 금융업계 종사자 등 관련자를 모두 증인신청할 경우 증인단의 규모만 수십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앞서 한발 먼저 구속된 박 교수 측이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발표한 내용과 본인의 진술이 다르다고 언급한 만큼 재판부가 사건 진행을 위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증인신청을 폭넓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곽 교육감이 사건 관련 관계자들과 미리 입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 곽 교육감의 일반인 접견을 전면 금지시켰고, 연휴가 끝난 14일부터는 공적인 용무가 있는 공무원에 한해 접견을 허용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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