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한 차례 하향 조정한데 이어 내년도 성장률도 당초 목표 대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 재정위기의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경제 전반에 성장률을 갉아 먹는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재완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8%로 봤는데 예산안을 제출할 때 바뀔 수 있다"면서 "하방 위험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대 중반으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내년 전망치 확정은 연말에 나오겠지만 하방위험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이달 말 예산안을 낼 때는 최대한 근접한 전망치를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거시정책 기조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지만 내년을 본다면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불확실한 게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의 거시정책이 여건 변화에 따라 우선순위를 물가에서 성장 쪽으로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5.0%에서 4.5%로 내리고 내년은 4%대 후반으로 제시한 바있다. 박 장관은 최근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적으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재정부는 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이미 올해 성장률을 수정 전망하면서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은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 4.4%에서 4.1%로 0.3%포인트 낮췄다. 소비자 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은 4.2%로 전망됐다.
외국계 모건스탠리는 기존 4.5%에서 3.8%로 0.7%포인트 낮춘데 이어 UBS도 3.8%에서 3.3%로 0.5%포인트 내렸다. 씨티은행은 4.3%에 3.7%로, 골드만삭스는 4.3%에서 4.2%로 각각 낮췄다.
한편, 박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환자비율을 병상수의 50%이내로 제한)을 절충안으로 추진하되 다른 방식으로도 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업은행 지분매각과 관련해서는 재추진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박 장관은 정부가 균형재정 목표를 2013년으로 1년 앞당긴 계획과 관련, "몇백억 내지 1천억원 정도 흑자가 나도록 계획을 만들겠다"면서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도록 한다는 재정준칙을 3%포인트 이상 낮게 하기로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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