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럽 주요국 증시가 12일(현지시간)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다시 고조되면서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 호재가 없는 가운데 독일이 그리스 디폴트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이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1.63%(85.03포인트) 떨어진 5129.62에, 프랑스 파리거래소 CAC40지수는 4.03%(119.78포인트) 하락한 2854.81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30지수는 2.27%(117.60포인트) 내린 5072.33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 기준(벤치마크)인 STOXX 600지수는 219.16으로 2.4% 떨어졌다.
지난 9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위르겐 스타크 집행이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일 등 유로존 국가들의 갈등이 더욱 부각된 것에 이어 독일이 사실상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설이 퍼졌다.
지난주 일부 언론에서 독일 정부가 그리스 디폴트 사태에 대비해 금융권 지원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은 일간 ‘디 벨트’지에 기고를 통해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그리스의 절차에 따른 디폴트(Orderly Default)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반면 다우존스뉴스와이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를 인용해 그리스 채권단이 몇 주 안에 추가 구제금융 지원금의 집행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의 임금을 1개월분 삭감하고 2년간 모든 형태의 부동산에 한시적으로 특별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비상조치 안을 내각 회의에서 승인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일 정부의 라스 펠트 경제자문위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7월 승인된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 계획은 그리스를 디폴트 위험에서 구해내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국채 2년물 수익률은 12%포인트 이상 뛰며 유로존 역대 최고기록 69.551%까지 치솟았다. 10년물 수익률도 3.01%포인트 오르며 23.56%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스 국채 10년물과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분트) 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21.81%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리스 국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지난주 9일 2.12%포인트(212bp) 오른 3238를 기록했다. 12일 포르투갈의 CDS는 1.03%포인트 뛴 1237, 이탈리아 503, 프랑스는 190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다음주 BNP파리바·소시에떼제네랄·크레디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그리스 국채 위험 노출이 크다는 이유로 강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 은행주가 8% 이상 미끄러졌다. AXA와 ING 등도 부진했다.
유로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12시1분 현재 엔·유로 환율은 유로당 105.20엔으로 2001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유로당 1.364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월15일 이후 최저치다.
제임스 휴즈 앨퍼리 선임애널리스트는 “주요 증시가 공포에 사로잡혔으며 유로존 위기 해법도 부재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네르브란트 HSBC 글로벌어셋책임은 “투자시장에서는 일단 자본금 유지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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