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증권주가 이달들어 최악의 날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융자 자제요청에 이어 대우증권의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이 겹악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대우증권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1만1700원을 장을 마쳤다. 최근 주가 상승세로 회복세에 있던 주가는 하루만에 급락세도 돌아섰다.
대우증권의 유상증자 규모는 무려 1조4000억원. 이는 헤지펀드 진출을 모색했던 다른 대형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투자증권도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1만1100원까지 추락했고, 현대증권도 9.03% 내린 98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증권은 5.93% 내린 5만5500원으로 내려앉았다.
증권사들은 대우증권 대규모 증자소식과 주가 급락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대증권측은 "검토하는 단계에 있으며 각 부서가 적절한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답변했다. 우리투자증권측도 "정확한 액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내에 하기는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지주사 의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신한금융투자가 대우증권의 목표주가를 1만6000원으로, HMC투자증권은 종전 2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56%이상 낮췄다.
증권주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이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산업금융지주와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를 주도할 초대형증권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대우증권에 대한 지분율 확대가 절실했던 산은지주는 증자과정에서 실권주를 전량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만약 유증 물량 중 30% 가량 포기될 경우 산은지주의 대우증권에 대한 지분율은 47%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KTB투자증권은 대우증권에 대해 주가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의견 제시를 보류했다.
조성경 애널리스트는 "기준가 및 신주발행 가격 등이 불확실해 명확한 투자의견 제시가 어렵다"며 "유상증자 자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회복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의 '시장 설득력'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조4000억원의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시장 설득력이 관건"이라며 "자금사용의 목적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항목이 불투명하다. 과잉증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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