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지난 2009년 5월 이후 국내 증권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매도'리포트가 2년4개월만에 다시 등장했다. 용기를 낸 증권사는 HMC투자증권이고, 불명예의 주인공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 4조원 시대를 열게 된 대우증권이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일 "대우증권이 1.4조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큰 폭의 주당지표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2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크게 내리고,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매도(SELL)'로 낮춘 리포트를 내놨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번 대규모 증자로 대우증권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규정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하게 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증자에 따른 자본과 주식수 증가로 주당순이익(EPS),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자산가치(BPS) 등이 기존 추정치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증자로 인해 2011회계연도 기준 대우증권의 EPS와 BPS가 종전보다 각각 37.3%, 8%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ROE도 8%에서 6.6%로 1.4%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매도리포트를 낸 것은 지난 200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삼성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각각 금호타이어와 다음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매도리포트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매도의견을 낼 경우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에게 투자자들의 항의가 폭주하고, 해당 기업 역시 탐방 및 정보제공 거부의 불이익을 주는 등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내기 전 '좀 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와 부담도 있긴 했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매도'란 표현은 안했지 사실상 비슷한 의견을 내놨고, 밸류에이션상 현 주가와 목표가의 차이가 -15% 이상 났기에 기준대로 매도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대우증권 주가가 오늘 하한가를 기록하거나 해 많이 떨어질 경우에는 -15% 안쪽으로 괴리율이 좁혀지기에 며칠 사이로 투자의견은 다시 수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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