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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證 대규모 유증, 한국형 헤지펀드 경쟁 불 붙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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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대우증권이 글로벌 IB(투자은행)로 거듭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자, 이에 질세라 삼성·현대·우리투자증권도 연내 자기자본을 확충해 적극 대응키로 결정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을 놓고 증권업계간 치열한 선두 다툼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반면 대우증권의 대규모 증자 소식에 8일 주식시장에선 “주당지표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2년 만에 대우증권 주식 매도 리포트가 등장하는 가하면 경쟁사들의 추가 유상증자가 우려되면서 대형증권주가 급락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7일 이사회를 열고 ‘종합금융투자사업(프라임브로커지)’진출을 위한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1조4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조6800억원 수준(6월말 기준)인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증권업계 최초로 4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7월 말 발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규정한 ‘종합금융투자업자(헤지펀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자격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도 크게 웃돌게 된다. 대우증권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격 요건을 훨씬 뛰어넘는 자본 확충을 시도하는 것은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돼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4조원은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 규모(78조원)나 일본계 노무라증권(27조원)과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국내에선 최대 규모다.

대우증권의 유상증자 소식에 삼성, 현대, 우리투자 등 대형증권사들은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까 초초해 하는 상황이 역력하다. 이들 증권사들은 그동안 유상증자나 영업이익을 내부유보금으로 돌려 자본을 늘리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해왔다. 주식 희석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는 일단 뒤 순위에 놓고 내부유보금 활용에 우선순위를 뒀다.


하지만 내부유보금을 활용하려면 금융당국이 자본요건 충족 기간을 2011회계연도 결산 이후로 미뤄줘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무조건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면서 내부유보금을 통한 프라임브로커지 사업 진출은 쉽지 않다.


삼성증권도 그동안 유상증자 등과 같은 급진적인 자본 확충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대우증권이 한발 앞서 자기자본 요건을 확충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연 2000억 원가량 늘면서 올해 2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면서 “이익유보 형식으로 3조원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유상증자도 사용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진출을 위해 갖춰야할 소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한 방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라임브로커 진출 포기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조만간 구체적은 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지기 자본 2조원이 넘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유증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투자 관계자는 “유증계획은 있지만 금액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지주사와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한국금융지주에서 조만간 검토를 끝내고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의 대규모 유증 소식과 타 대형증권사의 유증 가능성이 나오면서 대형증권주가 급락하고 있다. 8일 오전 9시10분 현재 대우증권은 전날보다 2000원(14.18%)내린 1만1750원으로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역시 1950원(14.9%)내린 1만110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다른 대형증권사들도 동반 약세다. 한국금융지주는 8%대 하락세를 기록 중이고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도 각각 7.8%, 7.3% 급락세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대우증권이 증자에 성공한다면 자본규모는 4조원에 달하게 된다"며 "이 경우 2조원 초중반의 나머지 대형증권사들도 경쟁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결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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