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없는 '싱글핸디캐퍼'와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니도무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
일본 열도 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아름다운 자연과 낭만이 가득한 여름철 최고의 관광지다. 내국인은 물론 한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평균기온이 23~25℃, 습도도 낮아 한여름에도 쾌적하게 하루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과 호수, 온천, 바다, 여기에 삿포로의 명물인 게 요리와 라면, 맥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토착민인 아이누족어로 '풍요로운 숲'이라는 뜻의 45홀 규모 니도무클래식골프장에 도착했다. 1988년 오픈한, 광활한 평야에 자작나무 숲을 장해물로 삼아 코스를 설계해 웅대하면서도 섬세하고 까다로운 코스다. 1990년부터 일본여자오픈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매치플레이, 시니어오픈 대회가 개최될 정도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양다리에 의족을 달고 남자 400m경주에 참가해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바 있다. 이 니도무골프장에서 한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 골퍼 다나카 데주야씨와 두 다리 모두 없는 다나카 데츠야씨를 만나게 됐다. 데주야씨는 장애인 동계올림픽 알펜스키 선수로 출전해 운동에는 남다른 소질이 있다.
티 샷하는 순간 그들의 스윙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37세의 건장한 상체에 인물도 수려한 다나까 데주야씨는 특히 거침없는 어드레스에 어깨회전이 완벽한 백스윙과 강력한 다운스윙, 임팩트에 이어 정확한 피니시까지 아름다운 스윙장면을 보여줬다. 공은 220야드를 날아간다. 11년 구력에 핸디캡은 8, 그야말로 싱글핸디캐퍼다. 홀인원도 두 번이나 작성했다고 한다.
이들과의 라운드를 통해 불굴의 집념과 도전정신에 존경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 신체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지 전혀 골프에는 문제가 없다. 물론 남보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장애인이란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장애인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단어다. '마음의 장애인이야 말로 진짜 장애인'이라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명언을 되새긴 순간이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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