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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기행] "용암 위에 코스가?" 하와이 와이콜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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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기행] "용암 위에 코스가?" 하와이 와이콜로아 와이콜로아 비치코스 1번홀의 그린 옆으로 흘러내린 검은 용암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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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 지대인 미국 하와이섬 코나지역은 온통 검은 용암으로 뒤덮인 별천지다.

1981년 미국의 골프설계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시니어는 이곳 용암지대를 지나다가 문득 검정색과 녹색,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곧 실천에 옮겼다. 바다를 끼고 도는 검은 용암평야 위에 흙을 5m 깔고 그 위에 녹색잔디를 입혀 골프장을 세운 것이다. 그가 설계한 골프장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코스다


힐튼 와이콜로아호텔의 부속 골프장이다. 비치와 킹코스 등 총 36홀로 운영된다. 대표 코스는 비치(파70ㆍ6566야드)다. 4개의 워터해저드와 76개의 벙커, 여기에 바닷바람까지 골퍼들을 괴롭힌다. 티 샷을 하려고 1번홀에 올라서니 4200m의 마우나케어산맥이 눈앞에 나타난다. 흰 눈을 뒤집어쓴 고깔 모양의 봉우리가 이채롭다. 검은 용암밭은 태양을 받아 이글거리고, 그 너머로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코스는 대체적으로 평탄하다. 아웃오브바운즈(OB)는 없지만 페어웨이 양쪽에 용암이 깔려 있어 슬라이스나 훅이 나면 볼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긴장 속에서 샷을 하게 되고, 실수는 더 잦아진다. 하지만 스코어가 무슨 상관인가. 코스 안에서는 고대 하와이 원주민들이 동굴이나 유적지에 수놓은 조각 작품과 상형문자도 볼 수 있다.


시그니처 홀은 12번홀(파5)이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홀로 해안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바닷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 드라이브 샷한 볼은 자연스럽게 비거리가 줄어들 이를 만회하려다 내리막 경사지에서 무리하게 3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시도하니 볼은 바람을 따라 용암밭으로 숨어버린다.


화가 화를 불러 다시 페어웨이우드를 잡지만 이번에는 반대편 용암 러프 속으로 사라진다. 페어웨이로 겨우 꺼낸 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그린 양쪽에 포진한 벙커가 또 다시 발목을 잡는다. 가까스로 그린에 도착하니 태평양의 드넓은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지나가는 흰 요트에 겨우 마음이 풀린다. 그린 바로 아래 절벽을 때리는 '철석'하는 파도 소리에 퍼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13번홀로 이동하는 길옆에는 돌부처가 태평양을 향해 앉아 있다. 그 앞에서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불교신자 골퍼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곳이다. 용암 위에서는 야생 당나귀를, 바다 위에는 큰 고래가 점프하는 경이로운 광경도 있다. 푸르메리아와 붉은 꽃들에서 뿜어 나오는 향수에 취해 머리가 몽롱해진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의 골프는 그야말로 축복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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