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하면 떠오르는 게 축구와 커피, 카니발 그리고 이과수폭포다.
2억명의 인구에 면적은 한반도의 85배나 되는데 골프장은 올해 겨우 100개를 넘어섰다. 골프인구 역시 5만명에 불과하고, 그린피도 18홀에 35~50달러 안팎이라 저렴하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여전히 귀족스포츠다. 브라질 출신 프로골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알렉산드르 로차가 유일하다.
브라질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과수폭포다. 북미의 나이아가라, 아프리카의 빅토리아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곳이다. 이과수폭포는 물의 양, 너비, 폭포의 지류, 넘치는 박력 등에서 말 그대로 세계 제일이다. 전 세계에서 연간 12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 1977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다녀간 한국인 관광객도 6만명에 달한다.
이과수폭포를 둘러본 뒤 바로 인근의 버본이과수골프장(Bourbon Iguassu Golf Club & Resort)에서 플레이할 기회를 얻었다. 1993년에 개장했고, 파72에 전장 6982m 규모다. 현지 중국계 브라질인이 경영하고 있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골프장에서 우리 일행은 영어 반, 손짓발짓 반으로 의사소통을 한 끝에 간신히 등록을 마쳤다.
캐디를 배정받아 카트를 타고 1번홀에 당도했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 렌트한 드라이버를 캐디에게서 건네 받아보니 15년 전 국내에서 잠시 유행하던 링스브랜드였다. 클럽이 너무 오래돼서 그립이 미끄러워 스윙할 때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불안한 마음 탓인지 첫 홀부터 심한 슬라이스가 났다.
검은 얼굴의 19세 캐디와 친해지면서 포르투갈 골프용어를 많이 배웠다. 동반자가 버디를 기록하자 "벰 페이토(Bem Feito)!"라면서 박수를 쳐준다. '나이스 퍼팅'이라는 뜻이다. 필자가 빨랫줄 같은 드라이브 샷을 날리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따봉"을 연발한다. '최고'라는 의미로 오래 전 어느 음료 CF에 등장해 우리 귀에도 익은 말이다. 티 샷한 공이 하늘높이 올라가면 '덴뿌라'라고 외친다.
18홀 그린을 향해 세컨드 샷을 날리려는 순간 붉은색 부리에 까치처럼 생긴 예쁜 새가 아름답게 지저귄다. 서쪽으로 뜨거웠던 남미의 태양이 서서히 기우는 시간이다. 라운드 후 캐디에게 1인당 10달러씩 팁을 주니 "오브리가도(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서 IOC가 골프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새로운 골프붐을 기대하고 있는 브라질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