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각양각색의 골프코스가 독특함을 갖고 골퍼들을 향해 손짓한다.
이 가운데 대자연의 밀림 속에서 오직 하늘과 산, 숲과 나무만이 존재하는 코스는 말레이시아 랑카위섬의 다타이베이골프장(The Golf Club Datai Bay)이 유일하리라 본다. 말레이시아의 제주도로 불리는 전설의 섬 랑카위는 신혼여행지이자 관광지로서 전 세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동양 최고의 리조트 지역이기도 하다.
1922년 오픈한 다타이베이는 18홀(파72ㆍ5900m) 규모로 랜드마크 버하드가 설계했다. 다양한 샷을 구사하는 수준 높은 싱글핸디캐퍼만이 자유분방하게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그렉홀부터 상ㆍ하향홀, 좁은 페어웨이, 개울, 벙커 속 러프, 총알처럼 빠른 그린, 4단 그린까지 수많은 장애물들이 골퍼 앞에 전개된다.
코스 곳곳에는 수령 500년의 오리나무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고 페어웨이 양편에는 이름 모를 각종 열대나무들도 도열해 있다. 주위의 경관에 매료되거나 라운드에 정신이 빠져 카트에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원숭이떼의 습격을 받는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먹을 것은 물론 선글라스와 휴대전화, 여성의 핸드백까지 몽땅 털어서 숲속으로 도망간다.
한 번은 원숭이가 여권이든 손가방을 들고 숲속으로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전 직원을 동원해 수색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안내판을 세워두기는 했지만 번번이 당해 골프장측은 아예 귀중품을 코스에 들고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원숭이들의 괴성과 밀림 속에서 울려 퍼지는 동물과 새들의 외침은 골퍼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한다.
6번홀(파5) 그린을 향해 샷을 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그린 위에 악어같이 생긴 이구아나가 버티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아 샷을 강행해 위협해봤지만 이구아나 바로 옆에 볼이 떨어져도 꿈적하지 않았다. 혹시나 공격을 받지 않을까 겁을 잔뜩 먹고서 그 홀을 결국 포기한 채 다음 홀로 이동했다.
밀림 속에서 고생한 골퍼들을 달래주기 위해 이 코스에서는 18번홀 다음에 보너스홀을 배치해 19홀 라운드를 하도록 배려한다. 19번홀은 165야드의 파3홀로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안다만 해역을 향해 티 샷을 날리면 지금까지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다. 타잔이 금방이라도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올 것 같은 밀림 속 라운드 사진을 보노라면 코스 안에서 헤매던 생각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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