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00포인트를 내줬다. 이렇다 할 반등 시도는 없었지만 하단에 대한 지지력을 보여줬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8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연설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가 내놓을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기는 쉽지 않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여러 암초에 부딪혀 예상 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6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19.12포인트(1.07%) 내린 1766.71로 거래를 마쳤다. 갭 하락 출발해 장중 1744.03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장 마감 한 시간을 앞두고 저가매수세 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오후 2시 이후 연기금이 870억원 규모, 투신권이 44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뒤를 받쳤다. 외국인이 4400억원 어치를 팔아 치 웠지만 내부 수급이 힘을 발휘했다. 개인 투자자는 장 중 내내 매수 우위를 보이며 총 438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오를 이유는 없지만 크게 떨어질 이유도 없다'는 인식이 주를 이루면서 코스피는 최근 1750~1880선을 오가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수가 급락할 때에는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는 인식에 '사자'에 나서고 지수가 큰 폭 오를 때에는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 기초해 일단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7일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대외 변수에 추석 연휴 휴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박스권 등락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1700 중반까지 하락해 가격 메리트가 작용할 수 있고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발표도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여전 히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한 상황인 만큼 확인 후 대응하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월까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미국 경제지표와 관련해서는 지표가 개선되면 더블딥이 아니라는 낙관이, 지표가 부진하면 더블딥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이 우세해 지면서 시장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미국 경기 논란으로 코스피가 PBR(주가순자산배율) 1배 이하로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문제가 신용경색으로 확대되면 PBR 1배(코스피 1650)도 무너질 수 있다. 신용경색이 확산되면 금융의 중개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적정가치도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출을 거둬들이면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정가치 이하로 자산을 팔아 현금화에 나설 수 있다.
김 팀장은 "지금 유럽 금융기관의 신용은 주춧돌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그리스 지원책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9월 대규모 만기가 돌아오는 이 탈리아 국채 부담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경우 자국민의 증세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재정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독일 집권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지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여키로 했던 민간 주체의 참여율이 원래 계획인 90%에 미치지 못하는 60%선에 머물러 있다.
그는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9월 중순을 기점으로 시장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박스권 트레이딩 전략이나 안정적 배당투자 정도가 가능하겠다" 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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