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이번 주 주식시장은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 한마디로 요약된다. 주가가 떨어져도 걱정이고 올라도 맘껏 상승장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다. 추가상승에 대한 확신이 워낙 약해 지수가 반등하는 경우 '너무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런 상황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시장 전문가들의 의견 이다.
9월 첫날 코스피는 전날 보다 0.59포인트(0.03%) 오른 1880.70에 거래를 마쳤다. 갭상승 출발해 장 초반 상승폭을 2.57%까지 확대, 1928.40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으면서 오후 한때 하락전환하기도 했다. 지수 변동폭은 50포인트에 달했다. 외국인이 사흘 연속 선·현물 순매수에 나서며 1조원 넘게 사들였지만 지수는 0.59포인트밖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850억원, 2680억원 상당을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오를 이유가 별로 없는데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2% 이상 오르던 코스피를 끌어 내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장 초반 호재로 작용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2일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탄력적 상승세를 이어갈만한 모멘텀이 많지 않다며 당분간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코스피는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리만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단기낙폭이 컸다는 '저가인식'에 기반을 둔 그러한 판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사실을 이날 하루 코스피 시장만을 봐도 알 수 있다"며 "최근 악화된 거시경제 환경이 우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점 저항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며 "이에 정책변수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예산과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상황은 '장기조정-중기상승-단기조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급락장 이후 반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기고점의 저점은 높아지고 있고 코스피가 171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중기반등구조는 유효하다"고 전했다. 코스피 저점이 8월9일 1684에서 20일 1704, 17일 1906까지 올라온 것을 볼 때 중기적 상승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기 반등 구조 속에서 단기 조정이 진행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에는 또 상승 시도가 이어지면서 전날(1일) 고점인 1928을 넘어설 수 있겠다"며 "단기 조정을 통해 1800전후 수준까지 다시 내려갈 수 있지만 반등 패턴에서는 조정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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