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버냉키 효과'에 힘입어 코스피가 다시 1800선에 올라섰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 없이도 버냉키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 성공했고 8월 주식시장을 지배했던 공포와 불안의 수위는 낮아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우상향'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코스피는 전 주말 보다 50.55포인트(2.84%) 오른 1829.50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7거래일 만에(종가기준) 1800선에 다시 올라선 것. 지난 26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연례연설 이후 미국 증시가 상승폭을 확대하며 상승 마감한 영향이 컸다. 버냉키 의장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기존 하루에서 이틀로 연장,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가 이번 연설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자 '미국 경제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안도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이날 지수 상승을 주도한 주체는 기관 투자자였다. 연기금과 투신, 보험을 중심으로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312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기관은 차화정, 그리고 IT업종 대형주에 집중 러브콜을 보냈다. 반면 외국인은 또 팔았다. 외국인은 1510억원 가량을 순매도, 3거래일 연속 '팔자'우위를 이어갔다.
일단 1800선 재등정에 성공했지만 기관의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아직 이르다. 주가 하락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투신사가 돈을 쌓아두고 있을 뿐 선뜻 '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주가지수를 끌어 올릴 모멘텀이 없다고 보기 때문. 전일 투신권의 매수도 연기금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한 것이거나 과도하게 줄였던 주식 비중을 일부 채우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장은 바닥을 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지수가 공격적으로 올라갈만한 모멘텀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연례연설 이후에도 특별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부분은 없다"며 "미국이 추가 부양책을 쓸 만큼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수가 올라갔다는 얘기는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다는 뜻" 이라고 덧붙였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주식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긍정적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한범호·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날 코스피 급등은 '단기 하락률 과대에 따른 반작용' 성격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지수의 하방 지지력이 형성되어 있지만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추세적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다소 완화됐지만 '사자'로 돌아서는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3일만을 제외하고 내리 '팔 자'기조를 보여 왔다. 8월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5조900억원 상당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의 액션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며 "지금은 전형적인 수급 장세로 거시경제 및 기업이익에 관해 어느 한쪽으로 베팅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된다면 투신권이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고 그 방향성은 위쪽일 가능성이 크다"며 "펀드로 자금이 들어왔지만 투신권은 주식비중을 낮춰놓은 상황이라 최근 하락세가 잦아드는 국면에서 주식 매수에 대한 압력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매도가 일단락되면 투신권의 매수가 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29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버냉키 효과가 이어진 데다 7월 개인소비지출이 전달 보다 0.8% 증가, 시장 예상치(0.5% 증가)를 상회하면서 투자심리를 끌어 올렸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54.71포인트(2.26%) 오른 1만1539.25를 기록, 2거래일 연속 세 자리 수 상승했고 S&P500은 2.82%, 나스닥지수는 3.32% 올랐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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