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전세계 투자자의 눈과 귀가 집중됐던 26일 미국 와이오밍 잭슨홀, 기대했던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약세를 보이고 있던 뉴욕증시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연례연설 뒤 상승세로 돌아섰고 5주 만에 주간 기준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 보다 134.72포인트(1.21%) 오른 1만1284.5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17.53포인트(1.51%)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60.22포인트(2.49%) 뛰었다. 앞서 4주 동안 16%나 빠졌던 S&P500은 주간 기준 4.7% 올랐다.
버냉키 의장은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도 시장 참여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다.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경우 연준이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을 뿐 아니라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기존 하루에서 이틀로 늘려 열겠다고 밝혀 경기부양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좀 더 연장시켰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동시에 '양적완화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최소화한 것. 이번 연례연설에서 그가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다면 '경기침체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거나 추가 양적완화조치가 낳을 부작용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벤 버냉키는 이러한 양면성을 의식하고 장기적 측면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시하는 동시에 경기 부양을 위해 연준이 정책카 드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진단했다.
29일 시장 전문가들은 버냉키 연설 뒤 미국 증시가 상승 마감에 성공, 이번 주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지난 주 1.95% 상승 해 5주 만에 주간기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의 부진 가능성은 부담으로 남아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상승은 최근 어려움을 보였던 코스피의 1800 만회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대비 낙폭 이 과대한 상태인 만큼 미국 증시 상승으로 저가매수세의 유입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8월 미국 ISM제조업지수의 기준선(50) 하회 가능성이 반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8월 ISM제조업지수가 25개월 만에 50을 하회한다면 한국과 미국 증시의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질 수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9월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까지 시장의 기대감은 유지될 전망"이라며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수 있다면, 그리고 9월 FOMC 회의에서 벤 버냉키가 재정정책을 받쳐 줄 금융환경을 마련한다면 지금 보다 투자심리는 호전되겠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 활동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바이오 투자, 세제지원, 각종 규제완화 및 제도 효율화, 주택경기 부양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 팀장은 "펀더멘탈 지표를 감안하면 본격 반등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이 1%에 그친데다 이번 주 발표될 미국 8월 ISM제조업지수도 50미만인 49를 기록,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종별 이익 전망치에 대한 수정(하향)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은 저가매력을 기반으로 한 매수 전략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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