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8월 패닉장세 이후 가장 긴 랠리다.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지만 9월 증시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0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14.32포인트(0.78%) 오른 1843.82로 거래를 마쳤다. 모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 올렸다. 외인은 지난 1일 이후 29일 만에 처음으로 현물 뿐 아니라 선물도 동반 순매수했다. 현물 시장에서 1980억원, 선물 시장에서 640억원을 사들인 것. 외국인의 매수세는 '차화정'과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자 기관은 기다렸다는 듯 팔았다. 외국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급의 큰 축을 담당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이날은 289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투신(-1110억원)과 보험(-800억원)의 매도 규모가 특히 컸다. 기관의 매도 규모가 커지면서 장 초반 전일 대비 1.86%에 달했던 코스피 상승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31일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시장이 저점을 높여가는 과정에 있지만 아직 추세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재개될 지 여부도 미지수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을 촉발했던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변동성 확대국면이 지속되면서 투자심리는 여전히 불안, 추세적 상승세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한국의 VKOSPI와 미국의 VIX가 8월 초에 비해 큰 폭 하락했지만 지난 5월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수준에서 내려오지는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9월 증시는 매크로 모멘텀 약화 및 유로존 불안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의 국채 만기 도래가 9월에 집중되어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만기가 도래한 국채의 환매가 원활하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기가 집중되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는 "유럽계 자금은 남유럽 국가들의 월별 국채 만기 도래 규모에 민감해 9월까지는 유럽계 자금의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옵션시장 외국인의 매매동향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외국인이 현물 시장에서 오랜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옵션 시장에서는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9~30일 외국인은 코스피200 풋옵션을 각각 106억원, 95억원 순매수했다"며 "콜옵션은 각각 39억원 순매도, 33억원 순매수한 점을 감 안하면 외국인의 옵션 포지션은 풋옵션 매수에 무게를 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야간선물이 0.34% 상승했지만 다음 주 동시만기를 앞두고 외국인의 하락 베팅이 두드러지고 있어 국내 증시 조정을 감안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야간 선물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6일 이후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매도한 야간선물은 총 2388계약인데 이는 야간선물 개장 이후 3거래일 합계 기준으로 는 역대 최대 순매도 규모다.
한편 간밤(현지시각 30일) 미국 주식시장은 3일 연속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9일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9월 FOMC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었다. 다우지수는 전날 보다 20.70포인트(0.18%) 오른 1만1559.95로 마감했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23%, 0.55% 올랐다. 미국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4.5로 2년여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9.2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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