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서 기자]지난달 국내증시에 쏟아진 매물폭탄은 주로 유럽계 투자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총 5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5월(6조991억원)이후 최대치로, 외국인들은 22거래일 가운데 17거래일에 걸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매물은 지난달 1일부터 10거래일간 집중됐는데, 이 기간중 외국인 순매도 물량은 4조8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매물폭탄은 주로 유럽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유럽계 자금의 8월중 총 4조6000억원의 주식을 순수히 팔아치워 전체 외국인 매도물량의 78%를 차지했다. 특히 룩셈부르크(1조2629억원), 프랑스(1조894억원), 케이맨제도(1조117억원)에 근거지를 둔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가 두드러졌다. 룩셈부르크와 케이만군도는 조세를 회피하려는 유럽 헤지펀드들이 가장 많이 등록된 곳으로 각각 4개월 및 7개월 연속 국내주식 순매도 행진을 펼치고 있다. 영국(6411억원)과 네덜란드(4779억원), 독일(1783억원) 투자자들의 매물도 주가를 끌어내리는데 한 몫을 했다.
미국계 자금 역시 지난달 매도우위로 돌아서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1조291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달말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350조2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49조1000억원 감소했다.이에따라 외국인의 국내주식 보유비중은 29.8%를 기록, 10개월만에 20%대로 떨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8월 중순이후 외국인 매도세의 속도가 둔화됐으나 유럽 재정위기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변동성이 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주식을 매도한 유럽계가 자금을 본국으로 가져갔는지, 혹은 국내에 남겨뒀는지는 현재 불투명하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하게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8월중 외국인 채권투자는 1000억원 순증한데 그쳤다. 만기를 맞은 채권 3조7000억원 규모가 상환된데 따른 것. 금감원은 만기상환액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3조8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속에서도 7개월 연속 순투자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만기상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8월중 1조원을 순매수했으며, 말레이시아(4000억원), 중국(3000억원), 캐나다(2000억원), 룩셈부르크(1000억원)도 국내채권에 순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조9000억원을 만기상환 받은 태국이 1조2000억원을 순유출했으며, 프랑스는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1조1000억원을 빼내갔다.
박종서 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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