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측근들은 그가 결심을 할 경우 여당도 야당도 아닌, 이른바 ‘무소속’으로 완주할 계획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가 일각에선 그가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과 함께 신당을 창당, 내년 총선과 대선에 주요 정치세력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침울하던 여권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뒷거래 의혹에 이어 안철수 출마임박이라는 대형 호재가 잇달아 터져 나오자 아연 활기가 돌고 있다.
안철수 교수의 그간 행보로 볼 때 그가 흡입해갈 표의 주력은 최소한 여권 표는 아닐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 때문이다.
물론 야권은 긴장하고 있다. 안 교수 측이 범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경선무대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곧 한나라당과 범야권 단일후보, 그리고 안철수의 3자대결을 의미한다. 전통적 야권 지지자들은 언뜻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대결했던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를 떠올릴 것이다.
무려 70%에 달하던 지지율을 쪼개면서 민정당에 정권을 헌납했던 그해 겨울의 씁쓰름한 ‘데쟈뷰’?
# 안철수 교수와 그 주변 인사들이 민주당과 이른바 범야권 진영의 서울시장 선거 구도를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19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는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 외에도 반 한나라당, 비 민주당 그룹이 엄존해 왔고 박찬종, 이인제, 정몽준 등이 바로 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업고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우리사회가 지금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분야는 ‘소프트웨어’인데, 기존 정치권은 모두 ‘하드웨어’에만 매달려 있다는 안 교수의 지적도 그의 이력을 볼 때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새로운 시대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반의 새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게 안 교수 주변의 입장이라고 한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기존 야권의 개혁은 체질상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게 안 교수 등의 생각이라면 설령 그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새 정당을 꾸린다 해도 누구도 뭐랄 수 없는 그 분들의 자유다.
# 최근 전국 대학가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콘서트’는 윤여준 전 장관의 아이디어일 정도로 안 교수와 윤 전 장관의 관계는 끈끈하다. 정치적 멘토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윤 전 장관은 1966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언론인. 유신정권 하인 1977년 주일대사관 공보관으로 임명된다.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에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집권하자 이번엔 11대 국회에서 민정당 대표를 지낸 뒤 국회의장이 된 채문식 의장의 공보비서관으로 활동한다.
그리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비서관, 정무비서관으로 재직. 당시 권력 2인자였던 박철언 정무장관실 보좌관(차관급), 그리곤 안기부장 특별보좌관도 역임한다.
이어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과 환경부 장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정무특보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2002년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 미디어본부장...
한마디로 박정희에서 김영삼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한민국 최고권력의 공보와 정무를 담당했던 주인공인 셈이다.
안 교수가 대학 신입생 시절, 우리 사회는 5.18 광주라는 엄청난 시대적 무게에 눌려있었다. 당연히 그도 불의에 분노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궁금한 대목 하나. 과연 안 교수는 주변의 거의 유일한 프로정치인인 윤 전 장관의 이력과 그간의 언행에 대해 어느 선까지 공감하고 있는지.
안 교수 측근들의 말마따나 ‘서울시장은 행정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정치적 견해까지 밝힐 필요는 없을까? 게다가 ‘무소속’ 이니까?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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