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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실패 ‘오답노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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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혁신은 실패 ‘오답노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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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대기업의 연구원이 이직을 하며 최고경영자에게 보낸 ‘쓴소리’ 이메일이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조직문화의 문제점으로 토론문화 부재와 함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 내용은 “이노베이션을 하기보다 이노베이션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것이 문제점”이란 직언이었다. 이노베이션은 위험 감수(risk-taking)가 가능한 문화 속에서 가능한 것인데도 이 같은 연구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기피는 이 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념적’으론 실패를 용인 내지 장려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구체적으로 “실패를 어떻게 장려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한국적 정서에선 힘들다. 성공을 격려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럴 때 나는 이어 질문하곤 한다. 당신은 학창시절, 수학공부를 할 때 어떻게 했는가? 오답노트를 만들어 풀이한 게 가장 효과적 방법이지 않았는가.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의 오답노트를 공개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가 지하로 숨어들수록 문제점은 숨고, 혁신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조직의 대부분 문제는 해결책보다 발견이 더 어렵다고들 입을 모은다. 실패 공개는 그 실마리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버드대 경영대의 에이미 C. 에드먼슨 교수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과거의 권위적 조직과 혁신에 중점을 둔 학습조직의 결정적 차이는 실패에 대한 태도”라고 말한다. 창조적 일이란 대개가 불확실성과의 싸움인데 실패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아무도 그런 일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기피하고 감추려 하는 현실에선 실패는 비용으로 기피되고, 딜버트의 법칙이 통용되기 쉽다. 딜버트의 법칙(Divert principle)이란 가장 무능력한 직원이 회사에 가장 작은 타격을 입하고 결국 가장 먼저 승진함을 말한다. 실패를 하라고 말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실패 장려가 구호가 아닌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한 현실적 대책은 무엇인가?


실패의 공유가 만든 3M ‘포스트잇’ 성공
실패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는 각각의 실수가 분자화 되어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수를 데이터베이스화하라. 3M의 포스트잇이 실수의 산물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실수가 발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패 세미나를 통한 전사적 공유 시스템이 작용했다. 포스트잇 개발 주역은 연구원을 넘어 실패공유시스템을 활성화한 3M이다. 포스트잇 실패 역전담의 주인공은 스펜서 실버와 아서 프라이 2명이다. 두 사람은 공동연구원이 아니라 회사의 다른 부서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연구 기간도 겹치지 않았다.


먼저 스펜서 실버가 포스트잇 접착제를 발명했다. 사실 그 접착제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실패작이었지만 그는 실패에서 이용가치를 발견해 영감이 떠올라 사내에 널리 알렸다. 그는 연구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보다는 상품화가 가능한가 하는 시점에서 그 접착제를 바라보았다. 다른 한 연구원 아서 프라이는 주말이면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는데 악보를 넘기다가 책갈피가 떨어진 경험을 하고 포스트잇의 원안을 생각해냈다. 만약 스펜서 실버가 실패한 사례를 사내에 널리 공개하지 않았다면 포스트잇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패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사내에서 공유케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처럼 시너지 효과로 제3의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 당장 시도해보라. 어렵지 않다. 실패 세미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내 홈페이지에 실패 데이터베이스 카테고리를 만들고, 거기에 각 부서별로 실패 사례를 올려놓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패 수용은 직원들의 긍정적 마인드에도 효과가 있다.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실패에 대해 세밀하게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란 인식하에 성공씨앗 발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패 사례를 상호 공유해 재발을 방지하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문화다. 성공씨앗 발굴제도는 실패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자 ‘성공씨앗’이라는 용어로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잘못을 범할 수 있는 기회를 허하라. 잘못의 당당한 공유와 허용은 직원을 당당하게 만든다. 실패를 데이터화하면 그간 없었던, 아니 없었던 걸로 여겨지던 ‘숨겨진 실패 사례’가 넘쳐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발할 것이다.


미국의 한 구리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객이 주문한 구리 코일용접이 품질 기준에 한참 미흡했다. 공장 총책임자는 구리 용접이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설명해주지 않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 작업 폐기물을 처분해 300달러를 회수해 파티를 열었다. 자신의 실수를 기념한다면, 모든 직원들이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기억하리란 생각에서였다.


실패파티의 효력은 컸다. 리더의 진정성을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직원들은 부서 내에서 자체적으로 독립적인 결정을 하는 횟수가 훨씬 늘었다고 한다.


혼다의 기술혁신 일군 실패의 권장
일본의 자동차 기업 혼다는 실패를 권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엔 ‘꿈의 힘’을 기업가 정신으로 한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기업가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혼다에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창업주 철학은 그의 사후에도 혼다정신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올해의 실패왕’제도다. 매년 연구자 가운데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100만엔(약 780만원)을 지급한다.


실패의 시상, 장려는 실패를 자산화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수를 하면 당사자가 더 많은 자책과 반성을 하고 의기소침하게 마련이다. 질책을 하기보다 격려를 해주라. 실수를 해 손해본 만큼의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는 것으로 격려해주라.


실패가 호환마마보다 두려운 것이 아니라 즐겨 도전해야 할 대상이란 긍정적 인식을 갖게 제도적으로 지원하라. 실패는 모이고 활용하면 자산이다. 실패를 축하하고 격려함으로써 혁신의 도구로 삼으라. 직원 정기회의 때 아예 실패사례를 발표하게 하라. 실패를 기념하고 되새기는 것은 패배자를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혁신은 실패 ‘오답노트’에서 나온다

성공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자 고수익 투자다. 실패를 기념하고 장려하고 공유할수록 조직은 강해진다.


김성회 칼럼니스트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리더십 스토리텔러다. 주요 저서로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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