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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상사의 휴가 ‘부하를 믿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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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훌륭한 상사의 휴가 ‘부하를 믿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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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누가 먼저 갈까, 성수기엔 누가 갈까 밀고 당기던 한국형 눈치작전도 끝났고 사무실의 평균 인구밀도가 떨어지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진부한 구호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 마음 놓고 떠나라.” 휴가를 당신의 권한 위임의 기회로 삼아보라. 흔히 여우 같은 부하가 ‘미련 곰탱이’ 부하보다 낫다고 한다. 우직하게 일하는 것 보다는 살갑게 소통하는 부하가 낫다는 뜻이다. 이는 상사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곰처럼 미련하게 혼자 일 떠안고 늘 연연하는 상사보다 부하에게 넘길 것 넘기고, 나눌 것 나눠주며 권한 위임하는 여우 같은 상사가 능력 있는 상사다.


상사가 부하보다 월급이 많은 이유는 부하처럼 열심히 일해서가 아니라 부하들에게 일을 잘 시키기 위해서다. 곰 같은 상사는 제 몫의 일을 나눠주고 가르칠 생각은 하지 않고, 늘 급한 김에 자신이 떠맡으려 한다. 리더가 1/n을 하든, 2/n를 하든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n은 부하에게 맡겨라.

리더는 업무의 양을 넘어 전략과 방향 설정을 자신의 업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내 군번에 3/n을 해야 하겠느냐고 푸념하며 아랫사람을 쪼고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하며 생색낼수록 몸은 피곤하고, 부하들과 관계는 피폐해진다. 여우 같은 상사들은 부하들에게 모범은 보이되, 결코 앞장서 일을 떠맡지는 않는다.


짧은 ‘당신의 공백’ 생각보다 크지 않다
‘조직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아는가. 조직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기 마련이고, 리더가 앞에서 설치며 잔일까지 미주알고주알 챙기기 시작하면 구성원들은 뒷짐 지고, 뒤에서 딴전 부리고, 늑장 부리게 된다는 소리다. 여우같이 약은 상사들은 결코 고기를 잡으러 부하들 보다 먼저 바짓단을 접고 물가에 뛰어들지 않는다. 부하들은 구경꾼이 아니라 선수임을 명심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A사장을 인터뷰하러 회사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곳에서 진풍경을 목도했다. 회장실에 들어섰는데 임원들이 복도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모두 결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대기열이었다. 7~8명 남짓한 그들은 사장의 얼굴을 보자 가뭄에 홍수를 만난 듯 달려들며 반색을 했다. A사장은 나를 보고선 미안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어, 어디 내가 옴짝달싹할 수가 없어요.


어떨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다니까”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필자는 그런 그를 보며 그가 부지런한 경영자라기보다 오히려 권한 위임이 안 된 무능력한 리더란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권한 위임이 안 되고 모든 일을 다 리더 본인이 관장해야 안심이 되고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권한 위임은 조직원들에게 자기가 조직을 위해 많은 주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권력과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능력과 의지를 키우는 일, 공식적 권력을 위임해주는 일,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참여토록 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체험토록 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부하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당신의 권력 창조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결국 권한 이양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당신이 부하에 대해 갖는 신뢰의 크기이다. 부하들에게 권한 위임을 해줘야 당신도 조직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전략 수립과 비전 개발 등을 위한 일할 시간이 확보된다. 강한 리더십은 통솔뿐 아니라 새로운 비전의 수립과 전략의 발굴에서 나온다.


여러 리더를 만나며 권한 이양에 있어서 가장 고수라고 생각된 분은 웅진 태양광에너지의 오명 회장이었다. 언론계, 학계, 재계를 통틀어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그의 관록은 들어보니, 과연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여러 분야의 수장을 거치고, 또 그 분야의 리더로 장수한 비결은 바로 권한 이양 능력이었다.


“저는 외교협상 때도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은 적이 없습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실무자들이 전문가인데다가 세세한 내용을 더 잘 알기 때문이지요.” 장관이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는 것은 잘한 일이 아니고 윗사람들은 실무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라주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 같은 권한 이양의 중요성은 심지어 왕조시대에도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다. 당나라의 <정관정요(貞觀政要)>중 당태종의 대신 소우(蕭瑀)와 대화부분에서 소우는 수문제에 대해 “욕정을 누르고, 나랏일을 보느라 시간을 잊을 정도로 일에 전력을 다한 군자”라고 평했다. 그러자 당태종은 반론을 제기한다. 천하는 넓고 할 일은 많은데 혼자 다 떠안고 많이 하여 틀리는 것보다, 틀리지 않고 적게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널리 현명하고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찾아 그에게 지위를 주어 일을 맡기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리더십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알더라도 때로는 모른 척하고 넘어가 기다려주는 게 권한 이양을 잘하는 리더다. 리더가 미주알고주알 간섭을 하면 할수록 부하들은 일일이 위를 쳐다보게 되고, 무기력해진다.


혹시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처럼 종종걸음을 놓으며 바쁘다고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책상에 날로 쌓여가는 서류에 짜증을 내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니 “내가 휴가를 갈래야 갈 수 있겠느냐”며 들숨날숨 쉬고 있지는 않은가.


부하를 불신하면 못미더운 상사
그렇다면 당신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로서 책임을 유기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유능한 상사는 조직에서 자신의 밥값은 할지언정, 조직원들이 밥값 몫을 하게 하는 데는 무능하다. 당신이 리더로서 소프트랜딩(soft landing)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 잘난’ 성과가 아니라 ‘우리 팀’의 성과다.


전문적 기량이 뛰어나던 직원이 관리자가 된 후 갑자기 한풀 꺾이며 성과를 못내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승진된 후 더 열심히 하는데 조직의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원인을 캐보면 바로 혼자 부산하고 권한 이양이 되지 않아서이기 십상이다. 상사 혼자 부산하고 부하들은 상사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파악이 안 돼 거들어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두망찰 대기하다가 ‘커피-카피’ 심부름만 하기 일쑤다. 일을 맡긴 뒤에는 자율성을 존중하라.


동서고금 많은 이들이 이처럼 “곰처럼 떠맡지 말고, 여우처럼 나눠주라”며 권한 위임의 중요성을 목청껏 외쳤다. 통제보다 한 수 위의 리더십이 권한 위임이다. 이번 휴가, 곰 같은 상사보다 여우 같은 상사가 되어 권한 위임을 제대로 해보라. 생각보다 잘하고, 기대보다 씽씽 돌아가는 조직, 신바람 나는 부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상사의 휴가 ‘부하를 믿고 떠나라’

김성회 칼럼니스트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리더십 스토리텔러다. 주요 저서로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이코노믹 리뷰 이학명 mr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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