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지난 회에 ‘휴가를 권한위임의 호기’로 삼아 열심히 일한 당신, 마음 놓고 휴가를 떠나란 이야기를 했었다. 혹시 시도해보았는가.
여기에 몇 분 독자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다. 휴가를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 체크를 하고 싶어 “손이 가요, 손이 가”라며 근질근질했다는 K사장님, 또는 역시 돌아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엎어지고 그릇된 일이 많아 수습하려니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J전무님 등 ….
많은 관리자들이 권한위임을 이처럼 반짝 시도했다가 “역시 우리 조직엔 시기상조야” 하며 원점 회귀나 더 강하게 중앙통제 시스템으로 돌아가곤 한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수전 헤스필드는 권한이양에 실패하는 이유를 1)말로만 강조하고 실제로는 믿지도 않고 실행하지도 않는 언행 불일치 2) 진정한 권한이양의 범위에 대한 파악 부재 3)범위를 정확히 설정하지 못하거나, 누가 언제 어떻게 할지 설정하지 못함 4)경영자의 세세한 간섭 5)딴 소리하고 뒤에서 비판 6)실제 권한행사를 할 기회를 주지 않음 7)권한에 대한 학습기회, 교육기회를 주지 않음 8)수수방관하며 지원을 하지 않음 9)장애요소를 제거해주지 않거나, 권한이양에 필요한 타 부서의 불협화음 10)응분의 보상, 적절한 직위, 성공적 권한행사에 대한 격려가 주어지지 않음 등 10가지 이유로 나눠 설명한다.
여우 같은 상사들의 권한이양
권한위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첫술에 배부르지 않음을 명심하고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권한위임을 위해 구체적으로 당신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여우 같은 상사가 되기 위한 권한위임의 ‘6W1H’법칙은 다음과 같다.
what: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 우선 내가 하기 싫거나, 모두가 기피하는 이른바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일을 떠맡기고 자신은 생색만 내려 한다는 생각을 부하가 하게 해선 곤란하다. 부하가 해서 주목받고 기꺼이 해볼 만한 일이란 생각이 드는 프로젝트를 맡겨라. 그리고 권한을 주되 책임은 상사인 당신이 지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부하가 맘껏 지르며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
who: 모든 일이 그렇지만 권한위임에서도 적재적소의 인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사교적인 J과장에겐 마케팅 프로젝트를, 내향적인 B과장에겐 홍보책자 만드는 일 등으로 성격 특성에 맞춰 일을 맡겨라. 불평불만 카드보다 정작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부하들의 성격과 능력파악 카드다.
많은 관리자들이 평가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관찰하는 데는 능하지 못하다. 부하들이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불평이 아니라 파고 들어가 보면 ‘부적합성이나 능력 부족’인 경우가 많다. 바꿔주어야 할 것인지, 채워야 할 것인지 분별해 맡기라. 부하에 대해 아는 만큼, 파악한 만큼 권한위임도 잘 할 수 있다.
whether: 권한위임이 좋긴 하지만 팔로워의 의지, 능력, 태도 등의 조직 환경에 따라 정도와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권한위임의 가장 큰 이점은 ‘상사가 직원 자신을 능력과 도덕성 면에서 신임하고 있구나’하는 자존감을 주는 것이다. 괜히 남 좋다는 이야기 듣고 준비나 교육 없이 덜컥 했다가 ‘이거 역시 안 되는군’ 하고 서로 상처받아 원점으로 복귀하는 것보다는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라.
how: 길을 이르는 방법, 일을 해나가는 방법과 지원,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이, 타부서 업무와의 협조 등 중요사항은 일러주고, 또 조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맨땅에 헤딩하다보면 길은 생기게 마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단 부하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세세한 지시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성가셔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코칭의 양과 질’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위임의 양과 프로젝트의 경중도 차차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자립정신이 필요하다고 뛰라고 해선 서로 상처만 입을 뿐이다.
where: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1000개의 퍼즐을 맞춘다고 할 때 자기가 어떤 퍼즐을 맞추고 있구나 하고 큰 전체 그림을 생각하며 하는 것과 우왕좌왕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하는 것은 다르다. 지금의 프로젝트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강조해 설명하라. 그래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when: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하고선 상사들은 석탄백탄 생가슴 앓이를 한다. 자꾸 물어보자니 간섭하는 것 같아 싫어할 것 같고, 안 물어보자니 답답해 머리에서 김이 난다. 일을 맡길 때 처음에 아예 중간 보고 시기, 마지막 보고 시기 등을 분명히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수행해야 할 기준과 피드백기준을 함께 명시하고 부하들이 잘 이해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체크 횟수보다 부하들이 더 힘들어 하는 것은 돌발성이다. 예고 없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야단치는 악순환보다 검토 시기를 정해놓으면 서로 준비할 수 있어 윈윈이다.
whole: 되도록이면 프로젝트를 온통으로 맡겨라. 하다가 만 일을 맡기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신나게 일하기 힘들다. 음식도 생각해보라. 먹다 남긴 음식과 새 음식 어떤가. 단 초기엔 방향이 잘못나가지 않도록 충분히 논의해 헛방 짚지 않도록 지원을 해주라.
분명한 선 긋기 전권위임 착각 않게 해야
그러나~~이것만은 꼭 넘기지 말라. 권한위임은 방임도 아니지만 전권위임도 아니다. 부하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열성을 쏟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동차가 어떤 이에겐 문명의 이기이고, 어떤 이에겐 문명의 흉기이다. 권한도 마찬가지다.
크리스 아지리스 하바드대 명예교수는 권한위임이 모든 일에 관리와 통제를 100% 포기하란 것과 동의어는 아님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무엇을 어느 정도 넘기고, 어느 선은 넘지 말아야 하는가 등 서로의 영역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허용 가능한 범위의 변화를 명백히 하라. 일에서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은 계획, 지시, 부하직원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일, 종업원 실적평가, 고객과의 복잡한 협상, 채용과 해고, 경력개발 등이다.
불평불만 분자에게는 권한위임을 하지도, 남에게 관리를 맡기지도 말라. 당신의 선의가 곡해되고, 당신이 좋은 상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꺾게 한다. 위대한 극지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은 팀의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권한을 대원들에게 위임했다. 하지만 그가 절대로 내놓지 않았던 일은 불평분자 집중마크였다. 늘 자신의 곁에 두고 집중감시, 불평바이러스가 조직에 퍼지지 않도록 관리했다.
명심하라. 유능한 상사는 쥐지도 펴지도 않고 쥐락펴락한다. 늘 ‘상사에게 물어 봐’를 입에 달고 다니는 무기력한 부하들이 조직에 우글거리는 것으로 인한 최종 손해는 상사인 당신에게 바로 돌아온다. 당신은 신뢰할 수 있는 부하, 밥값 이상의 부하를 몇 명 키웠는가. 그것이 당신의 상사력 성적표다.
김성회 칼럼니스트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리더십 스토리텔러다. 주요 저서로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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