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지연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류우익 전 주중대사가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2008년 이명박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에 올랐던 류 전 대사는 '쇠고기 파동'에 부딪혀 제대로 일해 보지도 못하고 3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2009년 12월 주중대사로 깜짝 복귀했지만 중국에서 보낸 1년6개월에 대해 외교가와 정치권에서 매긴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본 그가 30일 통일부 장관에 내정됐다. 지난 5.6 개각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여권 일각의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재수 끝에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류 전 대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장을 받게 되면, 1년4개월간의 현정권 마지막 통일부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류 전 대사에게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그동안 원칙론에 무게중심을 두다 집권말기에 접어들면서 '유연성 있는 원칙' 적용을 내걸었지만, 남북관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대북정책 원칙을 고수하자, 실명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비난전을 펼치기도 했다.
류 전 대사 스스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그는 "내가 통일부 장관이 되면 남북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자주 피력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전문가들도 류 전 대사의 통일부 장관 기용이 대북기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실용주의자인 류 전 대사가 1년6개월여간 주중대사를 지내면서 북한을 충분히 공부했고, 중국과의 소통창구를 마련한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학과 교수는 "류 전 대사는 원칙을 지키되, 유연성을 갖고 대북정책에 접근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통령을 설득하고, 북한을 움직이는 중국을 설득해 실질적인 남북관계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만들어진 남북간 해빙분위기도 류 전 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난달 남북 발리 외교장관회담 이후 정부는 북한에 50억달러 규모의 수해복구 지원을 제안했다. 북한도 북미 대화에 이어 최근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도 대북기조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데 이어 '원칙주의자'인 현인택 장관의 경질을 공개 요구하는 등 대북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류 전 대사가 이 대통령과 북한, 주변국을 모두 움직일 설득력이 필요하다. 당장 청와대내의 '원칙론자'로 구성된 외교안보라인을 설득해야 한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과 김영호 통일비서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 '매파' 당국자들이 건재하다. 여기에 현인택 장관이 통일정책특보를 맡게 됐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다"고 강조해온 우리의 대북 기조를 어디까지 유지하면서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꺼내들지 외교안보팀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여기에 앞서 류 전 대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야당은 류 전 대사의 통일부 장관 기용에 대해 '회전문 인사'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정치일정이 산적한 상황에서 류 전 대사가 '내정자' 꼬리표를 떼고 남북 대화의 물꼬까지 틀 지 주목된다. 류 전 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조영주 기자 yjcho@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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