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中건설은행 지분 매각 발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 위기에 빠져들면서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다시 마른 수건 짜내기에 나서고 있다. 수익원 찾기가 힘들어지자 감원과 주식매각 등 쓸 수 있는 카드는 전부 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감원과 사업부 통합, 새로운 수익원 찾기 등을 통해 경기 둔화에 대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최근 몇년 동안의 경기부진으로 은행들의 가장 큰 수익원인 대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데도 가계는 소비를 줄이면서 대출을 기피하고 기업도 경기불확실성 탓에 투자를 꺼려 대출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과거만큼 투자 부문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들의 이익과 매출 수준은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생기기 전이었던 2004년과 2005년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 리서치 회사 트렙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지난 2분기에 매출 1880억달러, 순이익 288억 달러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4% 감소했으나 순익은 38%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보면 사정은 좋지 않다. 매출은 2005년 수준, 순익은 2004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게다가 이익의 3분의 1 가량이 미래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으로 쌓였다. 트렙은 내년에도 매출이 4~5% 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전(前) JP모건 체이스 투자은행가였던 존 카린은 "대형 은행들이 위기 이전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감원은 물론, 자산 매각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위기설의 중심에 서 있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건설은행(CCB) 은행 지분을 매각해 83억달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29일 발표했다.
BOA는 보유하고 있던 CCB 주식의 절반 가량인 131억주를 매각한다. BOA는 지난 2005년 CCB 기업공개에 참여해 CCB 주식 256억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브루스 톰슨 BOA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CB 지분 매각을 통해 약 35억달러의 기본자기자본(Tier 1)을 확보하고 위험가중 자산(risk-weighted assets)을 73억달러 가량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여전히 BOA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FBR 캐피탈 마켓츠의 폴 밀러 애널리스트는 BOA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CCB 지분 매각이 금융위기 때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인수에 따른 문제점을 경감시켜주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대규모 감원도 단행하고 있다. UBS는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3500명 감원을 발표했고 씨티그룹은 수십명 트레이더를 줄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체 인력의 3.5%에 해당하는 1만명을 감원할 수 있다고 밝혔고 ABN암로, 바클레이스, 뉴욕 멜론은행,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도 최근 잇달아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올해 말까지 약 3500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리사 디 나타류 애널리스트는 "고용 수준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매출 증가율이 꽤 오랫동안 둔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중간계층과 사무직 직원들을 비용이 더 싼 지역으로 이동시키거나 인력이 부족한 모기지 서비스 업무 쪽으로 재배치하면서 영업비용을 줄이고 있다. 인력 대신 컴퓨터로 업무를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올해 은행원들의 보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에 대한 보수는 15~3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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