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이 주택업체들에게 빌려준 돈 1조원 상환을 둘러싼 양측간 논쟁이 어떤 식으로 결론날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융자금 상환 문제에 감사원이 직접 나선 것은 정부도 오는 2015년 대주보의 민영화를 앞두고 부채 등을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칫 이 상환금 문제가 민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주보와 업체간 끈질긴 인연= 대주보의 전신인 주택공제조합 시절부터 주택업체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지난 1993년 주택공제조합 출범 당시 주택업체들은 아파트 건설사업을 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을 받아야 했다. 좋든 싫든 공제조합에 출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1997년 IMF를 겪으면서 부실해진 공제조합이 대주보로 재출범하면서 업체들은 출자금의 74%를 감자당했다. 실제 만져보지도 못한 출자금의 대부분이 순수 채무로 남게 된 것이다. 주택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하다.
물론 일부 업체의 경우 사업성도 살펴보지 않고 융자를 써대는 바람에 공제조합의 부실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공제조합이 대주보로 재출범하면서 신규 업체들의 경우 분양보증 수수료만 납부하면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주택업체는 편법적으로 고의 부도를 내고 다시 회사를 차렸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당시 빚으로 변한 출자금을 갚는 것도 억울한데 고의부도를 낸 업체들의 빚까지 떠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토부 "상황 지켜보겠다"=일부에선 지금의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해양부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최대 주주로 있는 대주보의 부실화를 우려해 주택업체의 탕감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후 11년 동안 융자금 상환 문제가 건설업계의 주요 사안이 됐는 데도 국토부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민주택기금 부서 관련 담당자는 "금융위기 이후 억울한 건설사들이 있는 것은 알지만 새로 출범할 경우 일반적으로 청산ㆍ정리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우선은 대주보와 업체들의 해결 방안을 이끌어내야겠지만 2015년 대주보의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융자금을 상환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는 대주보에 빌려준 국민주택기금의 일부가 떼일까봐 환수에만 급급한 것 아니겠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입장 달라=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모두 당사자다. 그러나 융자금 상환을 앞두고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주택협회는 융자금 상환에 대해서는 원칙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주택협회 관계자는 "대형업체의 경우 융자 상환능력이 충분히 있다"며 "대형 건설업계에서는 오히려 깡통주식으로 여겼던 배당받은 주식에 대해 정당한 이익분을 챙겨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대한주택건설협회의 경우 상환기간의 연장 또는 융자금 탕감을 원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건설 관련 전문가는 "주택업계의 경영난 등을 감안할 때 업체들에서 상환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대주보의 민영화 전에 부채와 배당받은 주식을 서로 털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는 "올해 말까지 상환에 대해 협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바로 융자금 상환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며 "배당받은 주식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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