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가사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과잉 심의 논란만큼 KBS 역시 문제의 중심에 섰다. 리쌍의 신곡 ‘나란 놈은 답은 너다’가 방송부적격판정을 받아 해당 채널에서의 방송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KBS의 심의 부서는 ‘비관적인 내용의 가사’가 이러한 판결의 근거임을 밝혔다. 노랫말로부터 청소년을, 시청자와 청취자를 보호하지 못해 안달이 난 그들을 위해 작정하고 살펴보았다. 이를테면, 가사의 에티카 쯤 되겠다.‘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리쌍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쉽게 말해도 내가 말이 안 되도 /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설명 못 해도 / 내 맘이 그래 나 죽어 버릴까 / 내 맘이 그래 나 죽어 버릴까 / 내 맘이 그래 나 죽어 버릴까
헤어지자는 너의 말에 / 난 화가 나 소리치고 / 술에 취해 벽을 치고 / 괜한 사람 어깨를 부딪치고 / 욕하고 뭘 보냐며 시비 걸고 / 그렇게 세상 모든 게 다 싫고 / 그런 내 모습에 넌 또 실망해
하지만 나 심각해 앞뒤 다 자르고 / 니가 없으면 미치겠는데 어떡해 / 오죽하면 내가 이래 너도 울잖아 / 아직 나 사랑하니까 무릎 꿇잖아 / 내가 미안하니까 그러니까 붙잡아
구차한 변명 거창한 약속 따윈 / 하진 않을게 돌아서지 마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쉽게 말해도 내가 말이 안 되도 /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설명 못 해도 / 내 맘이 그래 나 죽어 버릴까
너는 왜 나를 못 믿어 / 말하면서 속으론 찔려 / 우리 사랑했던 1년 그 시간 동안 / 못할 짓 많이 했던 내 자신이 / 너무나 싫어 이런 싸움 끝엔 / 언제나 사랑을 잃어
남잔 바람도 필 줄 알아야 돼 / 여자에 얽매이면 안 돼 / 그렇게 말했던 이 남잔 / 니가 떠나고 홀로 남자 가슴에 / 불이 난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 나에게 정답은 너야 / 이제서야 니 소중함을 알았던 거야 / 니가 떠나면 난 다 잃어 / 다 잊어 다시 한 번만 / 날 믿어줘 제발
오 나를 견뎌준 내 사랑아 / 지금껏 네게 준 건 눈물뿐인 / 이 못난 놈은 그래도 널 / 언제나 너만 생각해
네가 내 옆에 있어야 힘이나 / 잘 알잖아 돌아와 / Oh Oh Oh Oh Oh Oh Oh Oh / 네가 내 옆에 있어야 완벽해 / 잘 알잖아 돌아와 줘 / Oh Oh Oh Oh Oh Oh
80 넘은 부부도 싸우고 / 보름도 안 되서 또 티격태격 / 하지만 오늘도 서로 사랑하며 / 살아가잖아 넌 나에겐 그런 존재
매일 핑계뿐이고 승질 부리고 / 우기고 참 못났지만 나에겐 / 니가 꿈이고 사랑이야 / 사랑에 답은 없지만 / 나에겐 니가 답이야 / 그게 내 진짜 마음이야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쉽게 말해도 내가 말이 안 되도 /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설명 못 해도 / 내 맘이 그래 나 죽어 버릴까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쉽게 말해도 내가 말이 안 되도 / 나란 놈은 답은 너다 / 나 설명 못 해도 / 내 맘이 그래 나 죽어 버릴까
이것은 일기다. 멋 부린 곳 없는 남자의 말투는 채 적혀지지 않은 그 날의 느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란 놈은 답은 너다’라는 제목에는 그의 고민과 결론이 완벽하게 진공 압축되어 있다. 결코 부패되지 않은 채 멜로디 위에 얹혀질 단어다. 그리고 부를 때마다 그 색깔과 질감이 생생하게 되살아 날 말이다. 남자는 알고 있다. ‘나 쉽게 말해도’라고 자신의 단정이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음을 밝히고, ‘내가 말이 안 돼도’라며 그 단정에 이르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음을 선언한다. 하지만 남자는 ‘나 설명 못해도’라며 ‘나란 놈은’이라는 자기반성에서 ‘답은 너다’로 귀결되는 여정을 낱낱이 드러내기를 거부한다. ‘내 맘이 그래’라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소용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남자는 자신의 과오를 되짚어 본다. ‘못할 짓’으로 뭉뚱그려진 이유들 끝에 여자는 돌아섰고, 남자는 세련되게 사과하고 달랠 줄을 모른다. ‘오죽하면 내가 이래’라는 변명은 무책임하지만 ‘또 실망해’버린 여자를 향해 남자가 내 보일 수 있는 진심은 겨우 이만큼이다. 하지만 남자는 속에서 ‘불이 난다’. 자신이 ‘못난 놈’인 걸 너무 잘 아는데, 생겨 먹은 천성이 이래서 투박한 손을 내밀어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 놓고 꽃 한송이 없이 덜렁 꺼낸 빈 손이 제 생각에도 머쓱 했는지 ‘그리고 한다는 말이’라며 스스로를 조롱해보기도 한다.
남자에게 말랑한 것은 없었다. ‘오늘 술 한잔 하면 내일은 물 한잔으로 버텨야’(광대)하는 세상에서 남자는 ‘구멍난 양말처럼 되는대로 살아’(발레리노)왔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란 ‘밥풀이 입가에 묻을까 수저를 입에 넣을 땐 신경이’(발레리노) 쓰일 정도로 어색한 일이었지만, ‘신발이 되어 줄게, 날 신고 어디든지 가’(리쌍 블루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절절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남자는 사랑을 잃었을 때 ‘웃는게 웃는게 아니’며 ‘걷는게 걷는게 아니’(내가 웃는게 아니야)게 될 정도로 비틀거려야 했다. 그리고 상처가 반복될수록 남자는 ‘사랑은 한때, 사랑은 이별과 한패’(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런 이유로 남자는 ‘사랑에 답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겐 니가 답’이다. 남자에게 여자는 다만 잃고 싶지 않은 연인이 아니라 ‘나를 견뎌 준’ 시간이고, 꿈인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원하는 것이 그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라는 점은 결국 남자의 이 한마디를 설명해 준다. ‘나 죽어 버릴까’. 그것은 삶에 절망하는 비관이 아니라 비로소 여자가 자신의 생을 장악한 소중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은 남자의 뜨거운 마음인이다. 그래서 다시, 두개의 덩어리를 나란히 포장해 놓은 제목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뭉툭한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는 ‘나란 놈은’, 그리고 감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무한한 의문들을 향해 존재하는 ‘답은 너다’. 네모진 단어들로 거대한 원을 그렸다. 각진 고민에서 둥근 답을 얻었다. 사랑의 낱말로 구원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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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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