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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나가수’의 최종병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17초

인순이, ‘나가수’의 최종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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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연 때는 환호하고 박수치는 관객들의 기를 많이 받는데, ‘나는 가수다’는 오히려 기가 빨리는 무대다. 그런데 인순이 선배님은 모두 다 초월한 듯 담담해 보였다”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합류한 윤민수는 ‘나가수’에 함께 합류한 인순이의 무대에 이런 말을 했다. 정말 그랬다. 첫 무대라는 부담감이 엄청났을 법 했지만, 인순이는 마치 경쟁에서 초월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중에게 임팩트를 남기려는 대신 “나다운 곡. 지금의 나를 잊지 않고 있는 곡”이라며 노래 ‘아버지’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노래했고,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잠시 거두고 담담하게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건 ‘나가수’에 대한 인순의 선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주 ‘나가수’가 끝난 뒤 ‘아버지’에 대한 반응을 기억해보라. 자신의 카드를 다 꺼내지 않아도, 인순이는 그만큼 할 수 있다.

담담한 인생의 토로가 청중평가단을 울리다


인순이, ‘나가수’의 최종병기


‘나가수’같은 음악 리얼리티 쇼에서, 인순이는 ‘최종병기’, 또는 ‘끝판왕’일런지도 모른다. 굳이 비유하자면, 인순이는 박정현의 장점을 가진 임재범이다. 인순이는 임재범보다 더 오랫동안 노래했고, 그 노래는 임재범이 그러했듯 굴곡많은 인생사를 이겨내고 나온 것이었다. 또한 임재범은 오랜 시간을 은둔하듯 살았지만, 인순이는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가수 중 한 명이다. 임재범이 ‘여러분’을 부른 것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절실한 외침처럼 들렸다. 반면 지금도 메인스트림의 한복판에 서있는 인순이는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말할 수 있는 여유까지 갖췄다. 인순이는 임재범의 하차 이후 채울 수 없었던 아티스트의 무게감, 또는 한 인생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을 채우고도 남을 대안이다.

박정현, 김범수의 빈자리를 대신 할 멀티 플레이어


인순이, ‘나가수’의 최종병기 ‘나가수’에서 졸업하는 박정현, 김범수(좌)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링딩동’을 부르는 인순이(우)


‘나가수’의 신정수 PD는 “인순이는 멀티 플레이어다. 관록이나 경력으로 볼 때 ‘나가수’의 기둥 역할 이상의 여러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순이만큼의 경력을 가진 가수가 인순이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도 찾아 보기 힘들지만, 인순이 연배의 가수 중 TV에 출연해 춤을 추며 샤이니의 ‘링딩동’을 부르는 가수는 없다. 자신의 공연장에서 인순이는 DJ DOC의 ‘RUN TO YOU’를 부르기도 하고, 뮤지컬 <페임>과 <시카고>를 재현하기도 한다. 여전히 나이를 잊은 듯한 파워풀한 가창력과 댄스, 발라드, 흑인 음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곡 해석력은 이적과 김동률이 20대에 부른 ‘거위의 꿈’마저 자신의 노래로 만들었다. 그만큼 인순이는 곡마다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통해 관객들에게 변신의 기대감을 준 김범수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인순이는 여성 보컬 스페셜리스트다. ‘아버지’에서 인순이는 부드럽고 조용히 곡을 진행하다 마지막 순간을 폭발시켰다. 한 곡 안에서도 감정의 진폭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연출력을 가졌다. 임재범처럼 가슴을 치는 인생을 가졌고, 김범수처럼 다양한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가수가 무대 위에서 박정현처럼 드라마틱하게 노래한다. 인순이 한 사람이 세 가수의 빈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순이가 ‘나가수’에 가장 최적화된 가수라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인순이가 최고의 가수냐는 물음에는 각자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인순이는 ‘나가수’에서 만큼은 쇼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완전체다.


‘나가수’ 안에서 또 다른 성장의 서사가 필요하다


인순이, ‘나가수’의 최종병기


하지만 인순이의 등장은 ‘나가수’에게 예상치 못했던 고민거리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전의 ‘나가수’에서도 박정현과 김범수처럼 탄탄한 가창력과 다양한 장르에 대한 해석력이 좋은 가수들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박정현은 평균 성적이 너무 좋아 자신만 원한다면 ‘공무원’처럼 ‘나가수’ 출연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었다. 인순이는 두 가수의 장점에 임재범과 같은 감동코드까지 가졌다. 인순이가 매번 1등을 차지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인순이가 마음만 먹으면 ‘나가수’에서 늘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장점들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가수’가 가수 7명의 대결이기 보다는 대선배 한 명과 다른 여섯명, 또는 인순이를 제외한 다른 가수들끼리의 경쟁이 될 수도 있다. 그 점에서 ‘나가수’ 제작진은 인순이의 고민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억지로 고민을 만들어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순이가 지금까지 그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건 어떤 노래든 자신의 색깔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고민과 연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나가수’가 다른 가수와의 경쟁이라는 부분에 보다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다면, 인순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뮤지션들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기회다. 그건 임재범, 박정현, 김범수가 그랬듯 인순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인순이의 등장은 인순이와 다른 가수들뿐만 아니라 ‘나가수’에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정말로, ‘나가수’ 시즌 2가 시작됐다.


사진 제공. MBC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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