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서울지역 개인택시운전기사 3만여명이 정유사의 LPG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가운데 19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전날 법원이 이들 정유사의 LPG 가격담합을 인정했지만, LPG가격답합으로 인한 개별 피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향후 열띤 공방이 점쳐진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전광식 부장판사)는 19일 서울개인택시조합 소속 운전기사 3만3180명이 LPG가격담합으로 인한 영업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원(E1), SK가스, 현대오일뱅크, 에쓰대시오일, GS칼텍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택시기사측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에 걸친 담합행위로 LPG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영업상 손해를 입어 배상을 청구한다"며 "앞서 담합에 대한 가담도가 가장 낮은 현대오일뱅크가 패소한 만큼 타 회사는 책임 인정도가 더 높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18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현대오일뱅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사 4곳은 해외에서 LPG를 수입하는 E1과 SK가스로부터 거래처 판매가격을 매달 통보받았고 이를 기초로 자사 판매가를 결정했다"며 "이들 6개사는 매년 임원, 팀장급 모임을 갖고 경쟁 자제와 판매가격 유지에 대한 공감대를 유지하는 등 가격담합에 관해 묵시적 합의나 암묵적 양해를 했음이 인정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E1 등 정유사들은 일체의 담합사실을 부인하며 "LPG구입량, 구입처, 구입시기 등을 입증할 수 있느냐. 손해액과 손해발생의 원인이 입증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택시기사측 대리인은 "손해에 대한 입증은 교통안전공단을 통한 원고별 LPG사용량, 지자체를 통한 유가보조금 지급내역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향후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하며 극명한 입증자료를 택해 제기하겠다"며 "손해사실에 대한 경제적 분석보고서도 준비중이므로 작성 되는대로 제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사의 LPG담합관련 소송은 지난해 12월 서울제외 전국개인택시조합에서 낸 손해배상청구, 올 1월 법인택시의 집단청구, 정유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담합 여부를 다투는 행정사건 5건 및 검찰이 기소에 나선 형사사건 등 여러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각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마다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맺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재판부는 "여러 사건 중 1개 재판부의 선고만으로 종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통상 2개월여가 소요되는 사실조회 및 검토기간을 고려해 다음 기일은 3개월 뒤인 11월 2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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