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 9-10회 SBS 토-일 밤 9시 50분
<여인의 향기>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연재(김선아)의 드라마인 동시에 “원하는 일도 없고 재미있는 일도 없던” 지욱(이동욱)의 드라마다. 그래서 그가 “늘 아버지 뜻대로 살았어. 그런데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어 졌어”라고 고백하는 순간은 잔잔한 이 드라마에 적절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이야기는 진부한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도전인지, 이 드라마가 지금 얼마나 위태로운지 보여주었다.
지욱은 파혼을 선언하고 연재와 연애를 시작했다. 라인 투어는 위기에 처했고 지욱과 아버지의 갈등은 깊어졌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아버지는 연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연재 덕분에 어머니와의 추억을 찾은 지욱은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을 토로하고, 병세가 악화된 연재는 그를 위해 이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마침내 지욱이 연재의 상태를 알게 된다. 이 모든 일은 예상 가능한 대사로 ‘설명’되었고 긴장감 없는 연출로 ‘나열’되었다. 그래서 너무 진부했다. 지욱은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라고, 연재는 “나 좀 살려주면 안 돼? 나 살고 싶다”고 통곡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이 흘린 통한의 눈물은 보는 이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지 못 했다. 정교하게 직조되지 못한 채 그저 버킷리스트 페이지를 넘기듯 나열되는 이야기가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여인의 향기>는 태생적으로 진부한 소재임에도 “오늘, 지금”을 사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겠다는 좋은 의도와 자꾸만 눈길이 가는 배우들의 매력으로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지 않는 건 위험한 신호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