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 "금융시장 안정화 위한 각국 공조 기다릴 뿐"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광복절 연휴를 쉰 뒤 안정을 찾아가나 했던 코스피가 주 후반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까지 내려왔다. 미국 경기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 이후 일단락됐던 유럽 재정위기의 악몽까지 되살아난 탓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각국 수장들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경제지표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2.70% 하락했다. 15일 하루를 쉰 뒤 첫 개장일인 16일에 4.83% 뛰어올랐지만 18~19일 각각 1.70%, 6.22% 하락하며 다시 뒷 걸음질쳤다. 16일 하락폭은 역대 3번째 수준인 115.70포인트에 달했다.
투신,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이 85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낙폭을 키웠다. 이들의 매도 공세는 경기에 민감한 수출주로 집중됐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과 IT대형주가 급락했다. 일부 시총 상위주는 하한가 근처에서 마감되기도 했다. 음식료, 섬유의복, 통신 업종 등 대표 내수주는 '피난처' 구실을 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주식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장 전문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지금은 '저가매수' 시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세라며 변동성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투자심리가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며 밸류에이션이나 펀더멘털로 볼 수 있는 장세가 아니다"라며 "정책 변수가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
그는 "각국 수장이 시장이 예상하는 정책을 내놓는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경제지표, 펀더멘털 등으로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라며 "신용(크레딧)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신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대는 동안 관망세를 유지했던 중국이 미국 바이든 부통령 방문 이후 어떤 얘기를 내놓을 지가 관심"이라며 "오는 26일 미국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도 시장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긍정적인 시각도 나왔다. 글로벌 정책 공조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저점을 이탈해 강한 하락 흐름이 전개되기 보다는 전저점 지지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금융시장 혼란이 가속화될수록 글로벌 정책 공조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는 덕분"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9일 지수 폭락에는 연기금의 매수세가 약했던 점도 영향을 줬는데 지수가 추가 하락하는 경우 연기금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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