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뜨거운 열기에 리지나뿌리썩음병 포자 싹터…취사, 캠프파이어 등 말아야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여름철 해변에 피우는 모닥불이 주변 소나무 숲을 말려 죽이는 원인 중 하나란 연구결과가 나와 피서객들의 주의가 절실하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구길본)은 8일 해변 숲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뜨거운 열기로 주변 소나무들에 리지나뿌리썩음병이 생겨 결국 말라죽게 된다고 밝혔다.
이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포자가 싹트려면 40~60℃의 온도가 필요해 모닥불을 피우면 리지나뿌리썩음병에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사, 쓰레기 태우기, 캠프파이어 등을 위해 소나무 숲에서 불을 피우면 땅 속에 있던 포자가 자극을 받아 발아해 소나무를 죽게 한다는 것이다.
병들거나 죽은 나무 주변엔 생기는 접시모양의 갈색버섯(파상땅해파리버섯)은 리지나뿌리썩음병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서해안 피해지를 조사한 결과 이 병이 생겨 피해가 나타나면 적게는 몇 그루에서 많게는 20여 그루씩 무더기로 나무가 말라죽었다.
방제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곳에선 해마다 6~7m의 속도로 5년여 바깥으로 번지면서 넓은 범위에서 소나무를 말라죽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리지나뿌리썩음병을 막기 위해 전국 피서지, 특히 해수욕장 주변 소나무 숲에서 불 사용을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피서지 주변 소나무 숲 관리자들에게도 숲에서의 불 사용을 금지시킬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산림과학원은 지난 3일 리지나뿌리썩음병 발생주의보를 전국에 발령했다.
리지나뿌리썩음병(병원균: Rhizina undulata, 파상땅해파리버섯)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문제가 된지 오래된 병으로 큰 나무들을 무더기로 말라죽게 한다. 우리나라에선 1982년 경주 남산에서 첫 발견된 뒤 경포대해수욕장 내 소나무가 계속 말라죽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 뒤 각 지방자치단체의 방제 노력으로 피해가 줄고 있으나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즘엔 서해안의 태안, 서산, 서천 등지의 해수욕장 곰솔림에서 피해가 나타나 산림청과 방제당국이 꾸준히 살피고 있다.
김경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바닷가 주변 모래땅에서 이 병이 생기면 방제가 아주 어려우므로 소나무 숲에선 쓰레기 태우기나 취사행위처럼 불을 피우길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소나무가 무더기로 말라죽은 것을 보는 사람은 산림과학원이나 각 도 산림환경연구소에 알려 빠른 진단과 방제가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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