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오픈 최종일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취소, 김성윤 2위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퍼팅의 힘'.
'집게 그립' 박도규(41ㆍ사진)가 결국 4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7일 제주도 오라골프장 동, 서코스(파72ㆍ7195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프로골프(KPGA) SBS투어 조니워커오픈(총상금 3억원) 최종 4라운드는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제주지역은 이날 새벽 0시부터 태풍경보가 발효됐고, 초속 10m가 넘는 강풍과 함께 시간당 3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박도규로서는 전날 마지막 18번홀(파4) 버디가 결과적으로 우승의 동력이 됐다. '잊혀진 신동' 김성윤(29)과 공동선두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18번홀에서, 그것도 그린 프린지에서 퍼터로 친 20m가 넘는 버디퍼팅이 홀로 빨려 들어가 우승스코어(12언더파 204타)가 됐다. 박도규는 "파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환호했다. 통산 5승째, 우승상금이 6000만원이다.
박도규는 특히 '집게 그립'이라는 독특한 퍼팅그립으로 유명세를 탄 선수다. 2001년 연습장에서 잡지를 보다가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의 '페인트 브러시 그립'을 보고 퍼팅그립을 바꾼 뒤 2주 후 곧바로 충청오픈에서 우승해 곧바로 효과가 입증됐다. 왼손은 보통 그립과 같고, 아래쪽의 오른손만 붓을 쥐는 모양새다. 박도규는 "5m 안팎의 중거리퍼팅에서 방향성이 좋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이번 대회 유독 컨디션이 좋았다"는 박도규는 "(태풍 예보로) 사실 3라운드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다"면서 "2주 후 열리는 KPGA선수권은 우승 경험(2004년)도 있고, 더욱이 아시아나골프장이 장거리포 보다는 정교한 샷으로 승부하는 코스라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해볼만하다"는 욕심도 곁들였다.
박도규는 이어 "투어에서의 개인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복지 확대 등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투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앞으로 프로골프투어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KPGA선수회장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1999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 준우승으로 '골프신동'이라는 애칭까지 달았다가 2001년 프로 전향 후 오히려 부상에 시달리며 잊혀졌던 김성윤은 2위(11언더파 205타)에서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 2부 투어격인 챌린지투어에서의 활약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성윤은 그래도 3000만원의 준우승상금으로 120위에서 불과했던 상금랭킹이 30위권에 근접해 하반기 웬만한 대회는 다 나갈 수 있게 됐다.
제주=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