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한달여 만에 개인예금 5000억 이상 빠졌지만 법인예금 급증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SC제일은행의 파업이 한달을 넘긴 가운데 파업 이후 이 은행의 예금은 4000억원 가량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예금은 5000억원 이상 빠져나갔으나 법인예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27일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해 파업에 들어갔던 SC제일은행의 예금은 현재까지 약 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때 1조원에 달하는 예금이 빠져나가기도 했으나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고객들의 예금 이탈은 5000억원을 넘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SC제일은행은 기업고객들로부터 법인예금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법인예금 유치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 순증액에 개인예금 이탈분을 더하면 파업 이후 1조원에 달하는 법인예금이 유입된 셈이다.
개인예금이 주로 만기가 1년 이상인 저축성예금으로 이뤄진 데 반해 법인예금은 수시로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은 정기예금도 1년 미만 단기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 즉 은행 입장에서 법인예금은 일종의 단기부채인 셈이다.
이처럼 SC제일은행이 법인예금을 대거 끌어들이는 이유는 개인고객들의 예금 이탈을 덮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예금 이탈이 시장에 알려지면 고객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금융감독원이 SC제일은행에 유동성 관리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빠져나가는 개인예금에 대처하기 위해 법인예금을 유치하는 것도 일종의 유동성 관리로 볼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개인예금은 언론 보도 등에 따라 오르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진정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18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임원회의에서 SC제일은행의 장기 파업을 우려해 유동성 관리 및 내부 통제 강화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개인예금 이탈이 가속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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