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열심히 하는 거 하고 생각하고 하는 거 하고 다르잖아!"
용인 KCC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소리. 16년 만의 올림픽 진출의 사명을 띠고 남자 농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허재 감독이다.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연습경기를 하던 대표팀 선수들이 허재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 스피드를 냈다.
허재 감독은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자신이 출전했던 1996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올림픽을 밟지 못한 한국 남자 농구에 2012 런던올림픽 티켓을 안겨야 한다. 오는 9월 15일부터 중국 우한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운명의 무대다. 중국과 중동 국가들을 제치고 우승을 해야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 허재 감독은 "무조건 우승이다"고 눈빛을 빛냈다.
"지금 대표팀 훈련 상황은 아시아선수권까지 가는 여정에 약 40% 정도 도달했다"고 말문을 연 허재 감독은 "공 잡은 지 2~3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 웨이트 훈련에 주력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패턴과 조직력 만들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훈련 시간 선수들을 몰아붙이며 매섭게 다그쳤던 허재 감독은 그러나 벤치 뒤로 오면서 슬몃 미소를 보였다. 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지 사흘된 문태종(전자랜드)에 대한 흡족함 때문이었다. 문태종은 지난달 21일 동생 문태영(LG)과 함께 특별귀화 허가를 받은 뒤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허재 감독이 12명의 엔트리 중 그를 위해 비워둔 마지막 한 자리를 꿰찼다.
허재 감독은 문태종에 대한 질문에 "기대 이상이다. 아주 만족스럽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문태종의 장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꼈던 평소 모습과 달랐다.
그는 "프로농구 시즌 중 상대팀 선수로 만났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며 "정말 농구를 잘 한다. 슛이 예술이다. 패스도 좋다. 심성도 착하고 성실하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숨통을 틔워줄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같다. 그동안 슈터들의 컨디션과 기복에따라 득점이 들쭉날쭉했는데, 문태종의 합류로 대표팀 평균득점이 나오게 될 거같아 다행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결사' '4쿼터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승부처에 강한 문태종을 일각에서는 윌리엄존스컵(8월6~14일, 타이베이)에선 히든카드로 숨겨놓고 아시안컵에 데뷔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 식스맨 활용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베스트5는 그때그때 다를 것"이라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문태종을 붙박이 포워드로 세워놓을 뜻을 밝혔다.
문태종은 자신에 대한 허재 감독의 기대를 알까. 오랜만에 연습경기를 뛴 그는 "괜찮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Tired, tired.(힘들어 힘들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허재 감독의 작전 지시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문태종은 한국어를 거의 말하지 못할 만큼 서툴지만 웬만한 내용은 들을 줄 안다고 통역은 귀띔했다.
문태종은 "올림픽은 오래 전부터 나의 꿈이었다. 꼭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허재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중동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도 "무조건 우승이다. 그거 말고 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남은 기간 조직력과 집중력을 살려 꼭 티켓을 따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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