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연비 경쟁서 유리한 위치 점해..미 진출 기업 최초로 40mpg급 10만대 판매 달성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미국이 오는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54.5MPG(23.17km/ℓ)까지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업계간 '연비 전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일각에선 미 정부의 새 기준에 대한 실익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연비 경쟁이 현대기아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오는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54.5MPG로 현재보다 두배 높이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미 정부는 2025년까지 갤런당 56.2마일을 주행토록 하는 기준안(56.2MPG)을 제시했지만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업계의 불만이 잇따르자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미 정부의 새 제안에 제너럴모토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 대부분의 업체가 찬성하면서 원만하게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기준에 따르면 업계는 오는 2021년까지 승용차는 매년 5%, 경트럭은 3.5%씩 연비를 높여야 하며 그 이후에는 승용차와 경트럭 모두 연 5%씩 개선해야 한다. 만약 기준에 미달하면 벌금을 내거나 판매 자체가 금지될 수 있다.
미 정부의 새로운 기준이 설정됨에 따라 업체간 연비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새 기준이 승용차보다는 경트럭에 보다 유리하게 적용됨에 따라 대형차 중심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혜택을 받을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 업계는 "미국 차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새 기준이 현대기아차에는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꾸준히 연비를 향상시켜가면서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대차는 6월 판매 차량 평균 연비가 36.9mpg에 달해 미 행정부가 제시한 2016년 기준(35.5mpg)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진출 기업 최초로 연비 40mpg(17km/ℓ)급 자동차 판매 10만대도 달성했다.
현대차의 40mpg급 차량에는 엘란트라(내수명 아반떼), 쏘나타 하이브리드, 엑센트, 그리고 올 가을 선보이는 벨로스터가 포함된다. 이 가운데 엘란트라는 6월 한달간 판매량이 현대차 중에서는 가장 많은 1만9992를 기록하면서 현대차의 선전을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매달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연비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연비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며 "미 행정부의 연비 기준 강화는 현대차의 연비 경쟁력을 부각시키면서 향후 판매 구도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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